부모를 보필해도 모자랄 나이에, 차마 엄마에게 같이 가달라고는 하지 못했다. 비문증은 노화 때문이니 그냥 익숙해지면 된다고만 철석같이 믿고 있는 엄마에게, 광시증이니 망막박리니 하는 것들은 그저 걱정거리를 하나 더 안겨드리는 꼴밖에 되지 않을 테니까.
날파리가 늘어나거나 광시증이 생기면 다시 내원하라는 의사의 말에 다시 찾은 안과. 또다시 진료실 앞에 홀로 앉아 처음 비문증으로 진료받은 날처럼 두 손을 꼭 쥐었다. 공포심에 차오르는 눈물 한 방울을 휴지 한 구석에 찍어 냈다. 의사는 유리체 박리에 의한 광시증이며, 유리체가 완전히 떨어질 때까지 증상이 계속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슴을 또 한 번 쓸어내리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라섹을 괜히 했어." 그녀는 투덜거리듯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말했다. 남자는 노화 때문이라며 여자의 비문증을 놀려댔다. 즐거운 내용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 두 사람의 모습이 꽤나 다정해 보였다. 그래, 저래서 결혼이라는 걸 하는 건가. 내가 아플 때, 당연하게 같이 동행해 줄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있다는 거. 그건 정말 큰 힘이 되는 존재일 터였다.
"뭐래?" 집에 돌아온 내게 엄마가 물었다. 괜찮다는 내 말에 "거봐. 병원 안 가도 된다니까." 하고 엄마가 재차 강조했다. 눈에서 '번쩍'하고 플래시가 터졌다는 말은 결국 엄마에게 하지 않았다. 연로한 부모보다 젊은 자식이 건강 문제로 걱정을 끼친다는 건 참으로 못할 일이다. 나는 그저 어서 빨리 광시증이 사라져 말할 필요도 없는 과거형이 되기를 바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