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을 하기 전, 보이지는 않아도 건강한 눈이던 시절. 양쪽 눈이 서로 다른 색으로 세상을 본다는 생각은 당연히 한 적 없었다. 겹쳐 보이든 흐릿하게 보이든 글자를 읽어낼 수만 있다면 수술은 잘된 거라는 안과의 답변과 같은 맥락에서, 그들에게 색깔은 중요치 않았다. 라식 후의 색깔이 중요한 건 오직 그렇게 세상을 바라보는 나 자신뿐이었다.
왼쪽 눈으로 보는 세상은 쿨톤, 블루라이트 노출화면, 백열등. 오른쪽 눈으로 보는 세상은 웜톤, 블루라이트 차단화면, 주광등. 시력이 그나마 나은 왼쪽 눈이 빛을 더 잘 인식하는 모양이었다. 때때로 한쪽씩 눈을 가리고 시력을 체크할 때, 고양이를 떠올린다. 내가 보고 있는 세상이 마치 고양이의 오드 아이 같다고. 실상 오드 아이를 가진 고양이가 보는 세상은 양쪽 다 똑같아 보이겠지만.
나는 그때 무슨 용기로 각막을 깎아내기로 결심했던 걸까. 안경을 단번에 벗을 수 있다는 설렘, 안경을 벗으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욕망이었던가. 인터넷의 많은 글에서 시력교정술은 도저히 무서워 받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접했다. 그들의 두려움과 그 신중함이 부러웠다. 원래 그런 성향들이 위험한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장수할 확률이 많다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눈, 시력이란 것이 얼마나 삶에서 중요한 것인지. 시력저하와 비문증으로 고생하는 요즘에야 절실히 깨닫는다. 두 눈으로 불편 없이 볼 수 있다면, 매일 음식을 먹을 때 욱신거리는 이빨이 없다면, 두 발로 명쾌하게 걸을 수 있다면. 어디 하나 아픈 곳이 없다면 그것이 행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