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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증과 파인애플

by 소소산

'그 정도로 노력했으면 서울대 갔겠다'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비문증이든 시력회복이든, 지금의 내게 딱 어울리는 말이다. 발끝 치기, 명상, 안구 운동, 먼 산과 하늘 보기, 책 읽지 않기, 일하다가 틈틈이 시선 들어 멀리 보기 등. 눈 뜬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안구 건강을 위한 노력들로 꽉 찬 하루.


비문증은 그저 적응하는 것만이 방법이라 했다, 고칠 수 없는 불치병. 그래도 일말의 희망으로 선택한 것이 발끝 치기였지만, 하루 몇십 분으로는 너무나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파인애플이다. 사기다 뭐다, 파인애플 팔려고 대만이 조작한 거다 등, 말이 많지만 시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저 맛있게 먹으면 되니 발끝 치기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다.


과일을 먹으라니 그마저도 간단한데, 심지어 영양제가 있단다. 파인애플 영양소를 추출한 브로멜라인으로 만들었다는 것들이 시중에 여러 가지 나와 있었다. 인터넷을 뒤져 후기가 좋고 가격이 적당한 것을 골랐다. 건기식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 평소 내 주관은 중요치 않았다.


가루 타입의 영양제가 익숙지 않은 탓인지, 입에 털어 넣자마자 기침이 나왔다. 최소 3개월은 먹어야 한다니, 3개월 간 눈을 위해 해 볼 수 있는 일이 하나 더 늘었다. 내가 하는 일들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신빙성도 없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해도 무엇이든 일단 해 볼 것이다. 적어도 노력하는 동안만큼은 '기대'라는 걸 할 수 있으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백배 더 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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