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는 일이, 책 보는 거리가 시력에 가장 나쁘다고 해서 생각해 낸 것이 큰 글자책이었다. 그러나 도서관 책 바구니에 잔뜩 넣어두고는 결국 두세 권인가 밖에 읽지 않았다. 나는 큰 글자책만으로 가득 찬 책 바구니를 결국 비워냈다. 그리고 독서 규칙을 세웠다. 첫째, 읽는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둘째, 느낌상 대략 십 분마다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벽의 글씨를 본다. 셋째, 책을 넘길 수 있는 최대한 먼 거리에 놓고 본다. 세 가지를 지키다 보면 불편하기도 하고, 내용에 집중하기도 힘들지만 그래도 책 읽기를 아예 포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다시 하나하나 일반 크기의 책을 찾아 담았다. 마음껏 읽을 수는 없으니, 예전처럼 여러 권을 빌리지는 않았다. 한 권, 또는 두 권을 빌려다가 머리맡에 두고 먹이를 챙겨둔 다람쥐처럼 겨우 몇 페이지씩만 꺼내 보았다. 이쯤이면 멀리 봐야 할 때인가, 고개를 들어 C형 시력포를 바라보고 다시 책을 본다. 그러기를 여러 번 반복하면 어느새 책을 덮어야 할 시간. 과욕은 금물이다. 그래도 좋았다,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마음대로 볼 순 없지만 다시 책을 보기로 결심하고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요즘 읽는 책은 대부분 건강 관련 서적이다. 시력이 나쁘면 몸이라도 건강해야지 하는 마음에서 가려 먹고, 움직이고, 스트레스를 다스린다. 이제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어서, 일찍 잠들지는 않는다. 큰 글자책이 아닌, 평소와 다름없는 보통 책을 펼쳐드는 매일 밤이 기다리고 있다. 보통의 하루야말로 감사하고 행복한 일임을, 오늘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