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됐어요?" 회사 건강검진을 끝낸 나를 붙잡고 옆 자리 동료가 물었다. "안 좋아졌어요."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실망스럽지도 않았다. 이런 결과 때문에, 시력 회복 노력을 그만두지는 않을 거기 때문에. 1년도 안 돼서 관둘 거였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노력했으니까 더 나빠지지 않은 거예요." 그녀는 확신에 찬 눈빛과 말투로, 날 위로했다. 그러고는 덧붙였다. "먼 거 안 보이는 게 낫다니까, 가까운 거 안 보이면 진짜 불편해요. 나는 진짜 가까운 거 잘 보고 싶다." 안경 낀 그녀는 나안 시력이 0.3 정도로 지금의 내 눈과 비슷하다. 물론 그녀는 쌩쌩하게 건강한 눈, 나는 각막을 깎아내 버린 여기저기 문제를 품고 있는 눈이지만.
노안인 그녀는, 요즘 나의 추천으로 '가보르아이'를 시작했다. 시력 회복이 한참이나 걸릴 나와는 달리, 그녀가 금세 효과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노안 친구의 '가보르아이' 경험담을 맹렬히 설파해 주었다. 나처럼 뇌의 힘을 믿는 그녀는 선뜻 열심히 해 보겠노라 대답했고 한창 노력 중이다.
노안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노안이라면 작은 상품의 설명서를 못 읽는 정도의 불편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항상 읽어달라고 내게 설명서를 내미는 엄마처럼. 그런데 그녀는 일을 할 때도 안경을 눈 위로 올렸다 내렸다 하다가, 내게 문서를 내밀며 "이거 보여요?" 하고 묻다가, 무슨 돋보기도 아닌 굴곡진 자를 보여주며 "이렇게 하면 글씨가 조금 커져요." 하고 A4 용지 위에 그 물체를 가져다 댔다. 그 상황이 왜 그리도 웃프던지. 정말 웃긴데, 분명히 슬펐다. 노안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일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