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의 아이러니

by 소소산

비문증은 빛에 민감한 질병이다. 노화가 원인이니, 병은 아니지 않나라는 반문이 있을 수 있겠으나 '사람은 누구나 늙지만, 누구나 비문증이 오진 않는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병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비문증이 생긴 후, 밝은 빛이 불편해졌다. 허공에 떠다니는 여러 개의 얼룩들. 밝은 빛 속에서는 눈을 감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아침 세수를 할 때, 화장실 불을 켜지 않기 시작했다. 좁은 공간을 훤히 밝히는 등 아래서, 눈을 뜨자마자 얼루기를 마주하고 싶지는 않아서였다. 아버지는 그런 나를 발견할 때마다, 넘어진다고 왜 불을 안 켜냐며 계속 핀잔을 주었지만 이유를 말하지는 않았다. 그냥 전기세를 아끼는 중이라고 생각하시도록.


그렇다고 해서 컴컴하면 편한가 하면, 그건 또 그렇지도 않다. 눈 감으면 피어나는 흰색 불빛들 때문에. 이 빛은 컴컴한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난다. 지금은 출현 빈도가 꽤나 줄었지만, 유리체 박리는 여전히 진행 중인 건지 여전히 어두운 밤이면 어김없이 나타나곤 한다. 그 빛을 알아차릴 수 없도록, 약간의 빛이 필요했다. 결국, 생애 처음 스탠드를 마련했다. 어둠 속, 스탠드의 옅은 불빛은 내가 잠들 때까지 마음에 안정을 주는 '밝은 화장실의 어둠'과 같다.


밝아야 할 땐 어두워야만 하고 어두워야 할 땐 빛이 있어야만 하는, 어쩐지 순리를 거스르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실내가 어두우면 불을 켜는 것이, 잠을 잘 때는 불을 끄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당연한 일을 나는 하지 못한다. 언젠가 브로멜라인의 약효를 보게 된다면, 발끝 치기의 효과를 보게 된다면 그 당연한 일을 다시 할 수 있을는지. 은근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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