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멜라인, 부디 제발...

by 소소산

가루형 브로멜라인 영양제를 먹고 세 달이 지났다. 비문증은 결국 호전되지 않았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알약형 영양제다. 나는 벼랑 끝에 내몰린 환자처럼 한 블로거의 설명에 빠져 들었고, 다시 또 블로멜라인을 주문하고 말았다. 약사라는 그는 직접 비문증을 앓다가 수많은 논문을 읽은 후, 비문증을 완화할 수 있는 성분이 함유된 영양제를 찾아냈고 효과를 보았노라 말했다.


가루형 영양제보다 3배가 비쌌지만 이제 정말 마지막으로 속아보자는 심정으로 '브로멜라인 2차 투입'을 시작했다. 이미 며칠인가 알약을 먹고 있을 때, 앞자리 동료가 한 링크를 보여주었다. "혹시 먹고 있는 게 이거예요?" 내가 이러이러한 블로그를 보고 다시 또 브로멜라인을 먹고 있다고 하자,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위로하던 그였다.


링크를 열어 본 나는 상술에 당한 건가 싶어 속으로 실소했다. "아니에요. 근데 수법이 똑같네요." 나는 씁쓸하게 대답했지만, 영양제를 홍보하는 상술임을 확신했더라도 역시 세 번 정도까지는 도전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비문증으로 괴로웠다 > 논문으로 공부했다 > 비문증을 고쳐주는 성분이 포함된 영양제를 찾았다 > 상품명은 알려주지 않으려고 했으나 문의가 많이 오니 무엇인지 알려주겠다'라는 동일한 장문의 글. 그들의 글이 진실이라면 우연의 일치일 테고, 거짓이라면 고도의 사기꾼 매뉴얼인가?


전문가들은 비문증을 불치병이라 하지만, 비문증으로 괴로운 사람들은 '고칠 수 없다'는 그 말을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내가 많은 의사들의 말을 무시하고, 시력회복은 가능하다고 믿는 것과 같다. 어떻게든 무엇인가 방법이 있을 거라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분명히 길이 열릴 거라고 믿어보는 것이다. 하루 두 알 알약을 한 알이라도 깜박하고 먹지 않았을 때, 그렇게나 안타까운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꾸준한 투약이 효과를 가져올 거라고 믿고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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