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버 이야기
고등학생 A는 천천히 자라 Amber가 되었습니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며 많은 것들이 변해 왔어요. 그중 가장 큰 건 아무래도, 내 생각일 것 같습니다.
내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 울기까지 했던 걸 보면 그땐 보이는 것에 꽤나 신경 썼던 것 같아요. 물론 이런저런 스트레스들이 쌓이고 쌓이다 못해 터졌겠지만요. 그런데 지금은 다릅니다. 그 이후로 느리지만 꾸준히, 생각을 바꿔 왔거든요.
1단계는 ‘예뻐질 수 있어’였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대학 가면 살도 빠지고 예뻐진다’에서 비롯된 거예요. 지금은 고등학생이고, 외모 관리에 힘쓰기 어려운 시기니 이 시기를 지나면 예뻐질 거라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앞으로의 내가 ‘예뻐질’ 거라는 말은 곧, 지금의 내 겉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지금의 내가 못나 보이는 건 여전했거든요. 그래서 생각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2단계, ‘지금의 나는 예뻐’였어요. 조금 지난 말이지만 ‘love yourself’ 같은 거죠. 자연스러운 내 모습 그대로가 아름답다, 나는 예쁘다, 뭐 이런 생각으로 나를 세뇌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이건 내게 돌아옵니다.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듯, 나를 이루는 모든 것들은 나 혼자서 만들지 않았으니까요. 아무리 나 스스로가 나를 예쁘다고 생각한들, 그 기준 역시 보고 듣고 배워 온 것들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또 나를 조각내는 겁니다. ‘어느 부분은 예쁘고, 어디는 괜찮고, 여기는 별로고, 그래도 예뻐’ 이런 식인 거예요. ‘그래도 예뻐’라는 말로 대충 감쌌지만 결국은 나를 깎아내는 중이었던 거예요. 네, 그래서 생각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음, 두세 걸음을 걸었는지, 몇 발짝을 달렸는지도 모르겠네요.
3단계, ‘그런갑다’입니다. 내가 찍힌 사진을 봐도, 거울에 비친 모습을 봐도, 어딜 봐도 그냥 ‘그런갑다’하는 겁니다. 지금이 이 상태인 것 같아요. 아무 생각 없습니다. 내 모습과 마주할 때마다 그냥 ‘내가 저기 있구나’ 하는 생각뿐이에요. 고등학생 시절의 내가 느끼던 유감도, 스무 살 이후의 내가 느끼던 즐거움도 많이 덜어냈어요. 그냥 그대로 둡니다. 피부에 뭐가 올라왔다? 그냥 둡니다. 언젠가 없어져요. 살이 조금 붙었다? 그것도 그냥 둬요. 내가 느끼기에 불편할 때 운동을 하면 됩니다.
‘예쁜’이라는 형용사를 떠올리면, 굳이 따졌을 때 2단계의 내가 거기에 가장 가까울 것 같아요. 그런데 ‘건강한’, ‘편안한’이라는 형용사를 떠올리면 지금의 내가 거기에 가장 가깝게 느껴져요. 뭘 우선으로 두느냐의 문제겠지만 저는 지금이 너무 좋습니다. 외모에 대한 강박에서 아주 조금 자유로워졌다는 것만으로도 더 단단하고 잔잔해진 내면을 갖게 되었어요.
그렇다고 내가 나를 특별히 사랑하고 아끼지는 않아요. 그냥 나를 조금 바깥에서 바라보게 된 거예요. 굳이 표현하자면 ‘이런 나지만 나는 나를 사랑해’가 아니라 ‘이런 나’에서 문장을 끝내 버리는 거예요. 자기애가 강했던 때의 나는 동시에 자기혐오도 꽤나 강하게 안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냥 적당히. ‘내 몸의 주인이고 정신의 주인인 나’에서 마무리합니다. 이게 전보다 편안해질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인지는 모르겠어요,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런데 그냥 이런 방법도 있고, 이게 나에게 도움이 됐다는 걸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들 건강하고 편안한 하루 되세요.
- 앰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