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고생 다이어트

앰버 이야기

by 오늘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1인분 이상을 거뜬히 먹던 애였다. 가족들끼리 뷔페에 가면 엄마를 뿌듯하게 하던, ‘많이 주세용~’ 스킬로 학생식당 조리사님을 웃음짓게 하던 그런 애였다.


그런데 요즘은 입맛이 없고, 밥이 잘 안 넘어가며, 배가 금방 찬다. 비빔냉면과 만두 두 개를 시키면 다 못 먹고 반 이상 남긴다. 쬐끄만 도시락에 쬐끄만 컵라면도 다 못 먹고 남긴다. 세상이 뒤집히고, 마른 하늘에 천둥이 치고, 나를 아는 모두가 놀라 자빠질, 뭐 아무튼 기함할 일이다.


위와 장이 예민한 편인 데다가 요즘 개인적으로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아 잠도 깊게 못 잔다. 그렇게 쌓인 스트레스까지 더해져서 결국 이렇게 1인분도 다 못 먹게 됐다. 먹는 재미로 살아왔는데 너무 속상하다.


그 며칠 사이 살이 좀 빠졌다. 딱 맞던 옷이 약간 남는다. 이 소식을 지인들에게 알리면 심심치 않게 “부럽다”는 반응이 나오는데, 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살이 빠진 건 내 의지와 무관한 일이었다. 내가 내 몸을 사용하는 데에 불편함을 느껴, 의지를 가지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서 감량한 게 아니다. 식사를 통해 필요한 에너지를 얻지 못하니까 몸이 어쩔 수 없이 지방을 태웠겠지. 그렇게 살이 빠진 거고.


그러니까 지금 나는 전에 비해 ‘더 나은(사회적 기준에서)’ 겉모습일지 몰라도 그다지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는 거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그렇다. 기운이 없고 쉽게 피곤해진다. 이런 이야기에 “그래도 살 빠졌으면 좋지. 부러워. 나도 식욕 좀 떨어졌으면 좋겠다.”라는 답이 쉽게 돌아온다.


문득 이게 슬퍼졌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과정이나 원인과 무관하게 ‘살이 빠졌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부럽게 느낀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그들이 ‘조금 덜 건강하더라도 살만 빠지면 좋다’고 생각하게 되기까지 의식/무의식적으로 얼마나 많은 압박을 받아왔을지 생각하면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프다. 고백하자면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도 그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으니, 당연히 나를 포함한 이야기다.


적당한 지방은 몸에 필요하다. 체중 관리는 정상 체중을 유지할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여러분도 알다시피 건강은 한 번 망가지면 돌리기 어렵다. 그런데도 아파서 살 빠진 사람을 부러워한다는 건… 확실히 문제가 있다. 그들이 잘못했다,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그들이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환경이 원망스럽다는 거지.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서 떠도는 정상 체중-미용 체중 비교 표가 생각난다. 내 또래라면 많이들 알고 있을 이미지다. 그 표를 만들고, 대중에게 노출시킨 이들에게 묻고 싶다.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건강과 아름다움을 뒤바꾸고 싶어 하는데,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 앰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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