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이야기
방송작가로 일했던 약 7년 동안 아이돌 그룹 몇몇과 일했다. 좋아하는 그룹을 만나기 위해 방송작가가 됐다 해도 과언은 아니니까. 대기실로 안내하고, 원고를 건네고, 수시로 체크를 하고, 무대 한편에서 스탠바이를 하는 동안 만난 그들은 나와 똑같이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딱 하나 다른 게 있다면 ‘의상’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걸그룹은 교복인지 무대의상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거기다 노출까지 많은 옷을 입었다. TV에서 그들을 볼 때도 ‘저런 옷을 입고 춤을 추는 게 괜찮을까?’ 하긴 했다. 실제로 만났을 땐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휩싸였다. 편하게 앉기 힘든 건 당연하고, 뭘 먹을 수조차 없는 옷을 입고 긴 시간 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은 ‘이상했다’. 그때는 ‘꼭 저런 의상을 입어야만 하는 건 아닐 텐데…’ 하고 말았다. 요즘엔 그러니까 생리대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요즘엔 좀 다른 생각을 한다.
그렇게 짧고, 작은 옷을 입고 무대에서 뛰어야 하는데 생리 기간엔 어떻게 하나 싶다. 생리 중엔 몸이 붓고, 소화도 잘 안 되는데 저런 의상까지 입으면 더 힘들 게 분명하다. (여기에서 이 얘기는 꼭 하고 싶다. ‘그들의 꿈, 그들의 선택’이라 치부하는 건 옳지 않다. 그렇게 평면적으로 정의 내리는 것도 옳지 않다. 그들이 속한 산업과 그들을 대하는 사회가 어떤 구조를 가졌는지 등으로 생각해야 할 사안이다.) 게다가 대한민국에서 ‘생리’는 드러내선 안 되는 것이고, 대한민국에서 ‘걸그룹’은 예쁘고, 신비로워야 한다는 ‘고정관념’까지 있다.
언젠가 한 걸그룹 멤버가 개인방송에서 ‘생리’를 은유한 적 있다. 입으로 ‘생리’라고 또박또박 내뱉은 것도 아니고, ‘생리’를 주제로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우리도 여자라 그런 걸 한다’ 정도였다. 그런데 화제가 됐다. 걸그룹 멤버가 ‘생리’를 얘기한 게 마치 해선 안 되는 일을 한 것처럼, 거대담론을 꺼낸 것처럼 기사가 났고, 인터넷 게시판 댓글은 난리도 아니었다.
내가 쓰는 ‘생리’글의 결은 다 비슷하다. 여성은 생리를 하고, 그 생리 때문에 여성의 몸은 다양한 고통을 겪고, 생리로 인해 수없이 많은 변수가 발생하며, 이 모든 걸 끊임없이 알리고, 얘기해서 ‘생리’가 드러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더불어 ‘여성의 생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기에 ‘걸그룹’ 포함 모든 여성이 생리를 함은 당연하다는 걸 제발 부디 모두 인식하길 바라는 마음도 담고 있다. ‘생리’가 이상하고, 더러운 게 아님 역시 제발 부디 모두 각인하길 바라는 마음도 담고 있다. 그러면, 그러다 보면 ‘의도’가 뻔-히 보이는, 입는 사람의 사정은 안중에 없는 ‘걸그룹 의상’ 세계도 변하지 않을까. 여전히 먼 과거에 머물러있는 어처구니없는 인식 역시 변하지 않을까.
-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