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이야기
요리실력 형편없어요. ‘적당히 익으면 뒤집어요’에서 ‘적당히’가 어느 정도인지 몰라요. ‘2인분 정도’에서 ‘2인분’이 얼만큼인지 당연히 몰라요. 양조간장, 조선간장, 진간장 차이도 몰라요. ‘간장’이면 다 같은 간장 아닌가요? 밀떡과 쌀떡의 차이도 몰라요. 둘이… 다른가요…? 하.하.하.
라면 좋아해요. 아주 좋아해요. 위장이 좋지 않아서 자주 못 먹고, 잘 부어서 평일엔 되도록 안 먹지만, 라면 좋아해요. 라면을 하루에 두 번, 일주일 내내 먹으라고 해도 먹을 수 있어요. 물 조절을 못해서 계량컵을 사용하고, 타이머도 필수지만, 간편하니까요. 물론 맛도 있고요.
요리에 서툴러서 주로 라면같은 인스턴트 식품을 먹어요. 20대 초중반엔 폴라포 몇 개 사서 끼니를 해결한 적도 있어요. 모든 게 귀찮거든요. 하지만 36살인 지금은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좀 챙겨 먹긴 해요. 그러다 인스턴트 식품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천하무적, 에어프라이어가 있으면 더 천하무적이 될 수 있으니 저 같은 귀차니스트+요리 초보는 좋아하지 않을 수 없죠.
그런데 인스턴트 식품을 먹으면 생리통이 심해질 수 있대요. 생리통의 모든 원인이 인스턴트 음식이라 할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영향은 있대요. 전 어떡하죠?
먹는 게 중요하다는 거 왜 모르겠어요. 날 때부터 부실한 위장을 갖고 태어나서 잎채소 먹어도 배 아프고, 차가운 음식 먹어도 배 아프고, 유제품 먹어도 배 아프고, 잠 조금만 설쳐도 배 아프고, 밀가루 음식 먹어도 배 아프고, 뭐만 먹었다 하면 배 아프고, 배에 가스 차는데 그걸 왜 모르겠어요… 하지만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사는 귀차니스트+요리 초보는 인스턴트 식품을 먹을 수밖에 없잖아요… 출퇴근하면서 입에 풀칠하기에도 벅찬데 언제 요리하나요… 요리 하는 데 드는 비용은 또 어떻게 감당하나요… 월세, 관리비, 통신비, 교통비 등등 다 내고 나면 남는 돈도 없는데…
이미 내 몸에 30년 넘게 자리잡은 자궁한테 예민하게 굴지 말라고 이러쿵저러쿵 잔소리하는 건 의미 없잖아요? 자궁은 자궁 나름대로 자기 몫을 하고 있는데 뭐라고 할 순 없잖아요? 그러니까 인스턴트 식품 세계가 좀 바뀌었으면 해요. 물론 지금은 다채롭고, 전보다 건강해졌지만, 그래도 좀 부탁드려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사는, 많은 여성들이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생리를 맞이할 수 있도록… 좀 부탁드려요.
이상, 이번 생리기간에 엄청난 생리통이 몰려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매우 매우 매우 걱정스러운 1인이었습니다.
-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