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늪, '진지충'의 굴레

앰버 이야기

by 오늘

웃기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사실 가끔은… 나도 내가 웃기다. 말이 많아서 그렇다. 아무 말이나 던지니까 얻어걸리는 게 많은 거다.


말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말이 많을수록 실수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걸 매 순간 생각한다. 당연히 농담을 던질 때에도 몇 번 생각한다. 이게 누군가의 소수자성을 건드리는지, 비하의 의미가 섞여 있는지, 감정적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지 고민한다. 그리고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그때 입 밖으로 낸다.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여지가 있는 이상, 그건 망한 농담이다(여담인데, 그래서 개그프로를 포함한 예능을 챙겨 보지 않게 됐다.).


내가 이렇다 보니 다른 사람의 농담을 들으면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자기 자신 또는 타인을 비하하는 흔한 농담을 들으면서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남들 다 웃을 때 혼자 안 웃는다. 그 덕분에 분위기가 가라앉기도 한다.


고집이라면 고집이겠지만 나는 웃기지도 않고 기분만 나쁜 농담에 억지로 웃기 싫다. ‘다들 즐거워하니까’ 하나 둘 웃어주다 보면 결국 그런 농담을 허용하는 분위기가 굳어진다. 그게 싫어서 나는 그냥 ‘*선비’, ‘진지충’을 자처한다. 종종 야유를 듣는다. 왜 혼자 안 웃느냐고. 그럼 그땐 그냥 대충 웃어넘긴다. 말이 통할 사람이면 저는 이런 거 안 웃기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럼 공기가 어색해진다. 그럴 때 재빨리 화두를 던지며 분위기를 전환한다.


그 상황이 끝나고 같이 있던 사람과 이야기해 보면 대부분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그 ‘분위기’를 망치기 싫어 그냥 웃어넘긴다고 한다. 너도 사회생활 잘하려면 그냥 웃어넘기라고 몇 마디 덧붙이기도 한다. 그래, 그 ‘사회생활’이 무서워서 나 역시도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으면서 가만히 있는 거다. 웃지 않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의 하한선이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다.


어떤 사람은 ‘네 얘기도 아닌데 뭘 그렇게 기분 나빠하냐’고 한다. 그것도 이해가 안 된다. 이타심이라는 보편적 가치가 왜 농담에 있어서는 적용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세상이 이해 안 되는 것 투성이다.


- 앰버




nadograe.com/stori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