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버 이야기
눅눅하고 끈적하고 습하며 후덥지근한 계절. 이마에서는 땀이 흐르고 열이 오른다. 피부는 붉어지고 짜증이 치솟는다. 이게 나의 여름이다. 더위를 많이 타고 땀도 많으니 최악의 계절이지. 사람 많은 곳에 가야 할 일이 있으면, 아니… 집 밖으로 나와야 할 일이 있으면 한숨부터 나온다. 문 밖으로 나서는 순간 훅 끼치는 물기 가득한 뜨거운 공기가 싫다. 기도 가득 차오르는 텁텁하고 끈적한 기운은 매년 적응하기 어렵다.
생리통과 PMS를 겪는 사람으로서, 여름은 다시 한번 최악이다. 앞서 말했듯 더위를 많이 타고 땀도 많은 내게 여름은 5월 중순부터 9월 말까지다. 4개월 반이라는 시간 동안 생리 주기가 4회 이상 돌아온다. 벌써 끔찍스럽다. 아무리 흡수력이 좋고 통기성이 좋다 한들 생리대는 뜨끈한 피를 머금은 채로 외음부에 밀착되어 있다. 답답하고 습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생리대는 외부 활동을 하다 보면 뒤틀리기도 한다. 화장실에 자주 갈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냥 자주 다녀오면 되니 문제가 없다. 다만 살다 보면 그렇지 않을 때도 있으니, 어떤 순간에는 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거다.
가령, 나의 경우 전공이 전공이다 보니 실습이 필수적이다. 두 번의 실습(각각 6주와 4주)을 거쳤는데, 두 번 모두 1주 차부터 생리가 시작되었다. 적응이 조금 되었다면 중간중간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었겠으나, 눈치 보며 생활을 익히던 시기였기에 그렇게 하긴 어려웠다.
게다가 두 번째 실습은 여름이었다. 긴장감과 생리통, 찜찜한 감각과 싸우며 시간을 보내던 내가 퇴근 직전 들른 화장실에서 마주한 건… 예상하셨겠지만 생리혈이 다 샌 속옷이었다. 다행히 긴 상의에 검은색 하의를 입고 있었기에 그나마 안심했다. 버스에는 빈자리가 많았지만 앉을 수 없었고, 한여름의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집에 도착하자마자 숨도 못 돌리고 화장실로 직행했다. 잠옷을 챙길 틈조차 없어, 쉬고 있던 동생을 불러 잠옷과 속옷, 생리대를 부탁했다.
깨끗이 씻고 나오니 마음이 놓이면서, 별안간 속상해졌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인데도 컨트롤하기 어렵다는 게 짜증도 났다. 물론 정확한 주기로 돌아오는 생리는 내가 건강하다는 증거고, 생리혈을 통해 내 몸의 컨디션을 짐작할 수도 있다지만 그건 그거고, 힘든 건 또 힘든 거니까.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여름이 존재하는 한 이 놈의 생리는 완경 하는 그 순간까지도 절대 즐길 일 없을 것 같다.
- 앰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