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 묻는다면

하다 이야기

by 오늘

대학교 2학년 시 창작 수업시간이었다. 교수님은 웃으며 ‘니들은 돈도 안 되는 시를 왜 쓰려고 하니?’ 물었다. 교실에 정적이 흘렀다. 맞다, 글은 돈이 안 된다. 시는 더 돈이 안 된다. 시인은 우리나라에서 연봉이 제일 적은 직업 중 하나이며, 그 연봉이 100만 원을 밑돈다. 가수 홍경민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재치를 뽐내고, 운동하는 프로그램에서 달리기를 하고,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이유는 ‘노래를 부를 기회를 얻기 위함’이라고 했다. 시인(작가)도 비슷하다. 시를 쓰려고, 시를 쓰며 살아갈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취직도 하니까.


교수님이 ‘시는 돈이 안 된다’고 말한 건 포기를 유도하려는 게 아니라 ‘시인은 직업이 아닌 다른 무언가’ 임을 알려주려는 게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계속 쓰는 힘’의 중요성도 담지 않았을까. 그때도 지금도 종종 생각한다. 조언 아닌 조언을 한 교수님은 지금도 꾸준히 시를 쓴다. 시집을 발표한다. 그래서 그때 교수님의 그 말이, 그런 말을 한 교수님이 내겐 여전히 힘세다.


물론 교수님의 이름 ‘김혜순’ 그 자체가 문단에서 하나의 지표이자 장르이자 흐름이기에 내가 이렇다 저렇다 언급하는 게 주제넘은 짓이지만, 나는 등단은커녕 투고도 안 하고 시 노트도 어디에 뒀는지 잊었지만, 누군가 어 떤 사람이 되고 싶냐 물을 때면 교수님을 떠올린다.


비슷한 시기의 소설 창작 수업시간이었다. 교수님은 앞문을 열고 교실로 들어오더니 한참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침묵 끝에 ‘사람이 어떤 일을 오랫동안 잊지 못한다면, 그 일의 무게는 영영 가벼워지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 말이 그때 마음에 박혀 지금도 선명히 남아있다.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꾸준히 ‘잊히지 않는 무언가를 지닌 사람’을 탐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가득 채운 질문 중 하나이며, 나를 가로지르는 기둥 중 하나인 그것을 내뱉은 타인을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


교수님의 작품에 관심 없었는데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던 그 날부터 깊이 존경한다. 몇 년 후 교수님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국제상을 수상했고, 이름 ‘한강’은 하나의 역사를 이뤘다. 김혜순 교수님처럼 꾸준히 작품을 쓰고, 세상의 면면을 서사로 만든다.


그러니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시인’, 그런 ‘작가’ 말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좀 더 들여다보고, 여러 번 곱씹고,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 글이 돈이 되지 않고, 시가 읽히지 않는 세상에서 ‘그럼에도’ 계속하는 ‘사람’. 어떤 상이나 명예가 목적이 아니라 ‘쓰는 행위’ 그 자체가 마음에 박힌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두 교수님 모두 그랬고, 그 점에 매혹됐으며, 정신 차려 보니 그것 말고는 보려 하지도, 보지도 않게 됐으니까.


예, 뭐, 이렇게 말하지만, 오늘도 퇴근 후 침대에 널브러져 숨만 겨우 내쉬겠죠.


-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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