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이야기
가끔 당신을 생각해요. 더불어 당신을 닮고 싶어 했던 나의 20대도 생각해요.
이제는 흐릿한 다짐, 어쩌면 영영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꿈. 그 시작에 당신이 있어요. 얇은 시집에 담긴 당신의 흔적을 읽었을 때 ‘시인이 되고 싶은 내가’ 탄생했거든요. 시가 뭔지, 어떻게 쓰는 것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당신을 닮고 싶어 당신의 시를 필사했어요. ‘나는너를모른다’,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는 시구가 종일 나를 따라다녔어요. 당신이 안녕하지 않다는 소식은 지금도 여전히 나를 따라다니고요.
대학에서 시를 배우면서 당신과 닿을 수 없음을 깨달았어요. 시가 뭔지, 어떻게 쓰는 것인지 조금씩 배울수록 당신이 높게 느껴졌거든요. 더 많은 공부, 고독, 인내, 관찰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에 나는 한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한동안은 당신을, 당신의 시를 들여다보지 않았어요. 볼수록 한계가 선명해져서 회피한 것이죠. ‘할 수 없어’, ‘될 수도 없어’라고 중얼거리며 걷다가 고개를 들면 결국 당신 앞인데 그게 싫어서 왔던 길을 되돌아 갔어요. 내 마음은 당신을 외면하는데 내 몸은 당신을 향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아니, 내 마음도 당신을 그리고 있어요. 그렇게 밖에는, 그렇다고 밖에는.
당신에 대해, 나의 당신에 대해 글을 쓰겠노라 마음먹었어요. 필연이니까. 헌데 내 안을 유영하는, 많은 문장들은 언어가 되지 않네요. 당신이 최고다, 존경한다, 닮고 싶다 등 다 너무 가벼워요. 단편적이에요. 완벽하고, 적확한 표현을 찾고 찾고 또 찾으면 당신 이름 ‘최승자’만 남아요. 그것 말고 뭐가 더 필요할까요. 뭐가 더 있을까요. 난 모르겠어요.
나는 계속 당신을 읽고 싶어요. 당신을 꿈꾸고 싶어요.
그뿐이에요.
-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