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la Neomoo Masisseoyo

앰버 이야기

by 오늘

아주 어렸을 때, 여덟 살 때였나. “이거 하나도 안 매워, 먹어 봐.”라는 엄마의 말에 속아 고춧가루 가득 들어간 짜장면을 먹고 연거푸 세 잔의 물을 마셨던 기억이 있다. 헉헉거리는 날 보고는 “하나도 안 매운데 뭘.” 하며 깔깔 웃던 엄마에게 깊은 배신감을 느꼈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는 옛말이 딱 맞다는 깨달음을 그 때 얻었다. 그리고 지금, 십 몇 년이 지나 스물 하고도 두 살을 더 먹은 나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옛말 역시 딱 맞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어느 순간부터 매운 음식을 좋아하게 되었다. 좋아하다 못해 ‘환장’한다. 떡볶이, 짬뽕, 육개장, 불닭볶음면 등등. 이쯤 되니 매운 맛을 좋아하는 유전자라도 있는 건지 싶다(TMI:내 동생들도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최근 들어 가장 좋아하는 건, 단연 마라.


지금 마라에 미쳐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마라를 먹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칠 것 같다. 처음에는 탕이었다. 나보다 먼저 마라를 먹어 본 쟈쟈(동생의 별명)와 함께 마라탕집에 갔다. 처음이니 아무 것도 몰랐다. 쟈쟈가 하는 대로 바구니와 집게를 들고, 쇼케이스에 진열된 재료들을 하나하나 담았다. 청경채, 숙주, 배추, 팽이버섯, 목이버섯(안 담으려고 했는데 쟈쟈가 호통을 쳤다. ‘뭐해, 목이 담아!’ 이렇게.), 중국 당면, 옥수수면. 재료들의 무게를 달고, 탕으로 할지 샹궈로 할지 선택하고, 매운 맛 단계(보통 신라면, 엽떡과 같은 음식에 빗대어 설명해 주셔서 선택하기 편하다.)를 선택하고, 고기(양 또는 소)를 추가하고, 계산 후 테이블에서 기다렸다.


쟈쟈의 마라예찬을 들으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을 때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뽀얀 육수 위에 붉은 기름기가 얇게 떠 있었다. 먹기 좋게 익은 재료들은 국물을 머금은 채 탐스러움을 뽐냈다. 한 입 먹었다. 누가 봐도 신세계를 영접한 사람의 표정이었는지 쟈쟈는 ‘역시, 당신이 안 좋아할 리 없지.’ 하는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야, 미친! 개맛있어.”


“말했잖아, 개맛있다고. 팽이버섯 먹어봐. 그게 찐이야.”


그렇게 ‘마라탕 처돌이’가 되고 몇 달 후, 처음으로 샹궈를 먹게 되었다. 검은 접시에 담긴, 뜨거운 김을 풍기는 볶음요리는 갈색과 붉은색의 경계에 걸친 애매한 색을 띠고 있었는데 냄새가 자극적인 맛의 끝판왕이었다. 맛은, 말할 것도 없이 내 취향이었다. 미각과 통각을 동시에 강하게 자극하는 그 느낌에 나는 Lv.01 마라탕 처돌이에서 Lv.02 마라 처돌이가 되었다. 탕뿐만 아니라 샹궈까지 좋아하게 된 거다.


음식을 가리지는 않지만, 호불호가 갈릴 음식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안다. 그런데 호불호 심한 음식으로 유명한 마라는 달랐다. 매우 내 취향이었기에 마라를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는 ‘어떻게 이걸 싫어하지? 이렇게 맛있는데?’ 생각했다. 물론 마라탕과 샹궈는 기본적으로 자극적인 소스로 만든 음식이라 매운 단계를 낮춰도 보통 아니다.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이 말은 곧, 자극적인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내가 마라를 좋아하게 된 게 당연한 일이란 것이다.


마무리가 좀 이상하다. 의식의 흐름을 따르다 보니 갑자기 운명론적인 얘기를 해버렸다.

어쨌든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 마라 드세요.

기억하세요, 탕숙샹콩(탕에는 숙주 샹궈에는 콩나물).

p.s. 다음에는 마라 필승 레시피를 한 번 써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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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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