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 이야기
영영 떠나지 않을 줄 알았던 네가 가긴 가는구나.
험난한 고비를 넘을 때마다 네가 얼른 갔으면, 그러면 많은 것들이 나아질 텐데 하며 빌고 빌었는데 막상 네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보니 묘해.
2018년부터 이어진 힘듦이 2019년 너에게 스몄고, 그게 계속 나를 옭아매서 얼마나 괴로웠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지? 밤의 찬 공기가, 깜빡이는 가로등이, 흔들리는 촛불이 살갗을 쓰라리게 했던 것도 알 거야. 여지없이 나를 깨우는 매일 아침이 부담이라 영영 어둠이면 좋겠다고 중얼거렸던 내 목소리도 들었을 거야. 지금 2019년 너를 복기하면 어둠과 막막함부터 떠오르는데 왜 난 좀 아쉬울까.
그래도 널 만나 조금은 행복했을지 모른다는, 상투적인 말을 적어. 그리고 그 ‘행복했을지 모르는’ 순간들을 떠올려. 짝꿍과 유아기적으로 돌아가 나눈 옹알이들,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영상을 보고 또 보며 얼굴 붉히던 시간들, 책장을 덮어도 끝나지 않던 소중한 문장들, 가끔 찾아가도 날 잊지 않고 반기는 엄마집 강아지들, 들여다보면 어느새 내 핏줄이 되던 나뭇가지, 꾸준히 어딘가로 가는 무당벌레의 무늬. 찰나이지만 영원이길 바랐던 그 순간들이 있었기에 ‘그래도’를 계속 살아냈을 거야.
25살의 나는, 35살의 내가 조금이라도 건강하기를, 건설적이기를 바랐고, 꿈꿨어. 하지만 35살은 첫 장부터 잉크가 번지고, 뒷장 그 뒷장 그 그 뒷장까지 흠뻑 젖어 날짜도 이야기도 모두 어그러졌지. 삶은 고난의 연속이며, 우리는 모두 무의 상태로 던져진 거라 그럴 수밖에 없다고들 하지만 때론 그게 쉽다가도 어려워지잖아. 어렵다가 다시 쉬워질 때까지 버틸 여력이 없어서 버둥거리잖아. ‘그래도’ 너와 부대끼다 보니 나의 어떤 부분은 나아졌어. 내 세상의 어느 구석은 좀 밝아졌어. 그렇게 나아진, 좋아진 무언가를 찾다가 깨달았어.
예전엔 마냥 비관적이었다면
널 만나고 ‘그래도’ 긍정 쪽으로 흐르려
애쓰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잘 가. 우리는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야. 또 네가 가면 많은 것들이 흐릿해지겠지. 하지만 넌 알겠지? 불안과 우울에 압도돼 숨만 겨우 쉬었던 날 아는 것처럼 너와 함께 보낸 나의 많은 앞면과 모든 뒷면을. 그럼 됐어. 그럼 됐지 뭐.
잘 가. 안녕, 2019년.
-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