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렁이 일대기

by 오늘

고백하건대, 사실 나는 지연으로 들어왔다. 이 회사의 대표님, 윌이 나의 이모부시다. 윌의 기억 속에 어렸을 때의 총명하고 똑 부러지던 내가 아직까지 남아 있었는지 열심히 알바를 하던 지난여름의 나에게 윌이 전화를 주셨다. 이모부 회사에서 일을 해볼 생각이 있냐는 제의였다. 유기농 생리대를 판매할 스타트업 회사라는 이야기는 이미 들어 알고 있었고, 내가 와서 일을 하면 어떨까 한다는 말씀도 진작에 들었지만 정말 나에게 스카우트 제의를 하실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그냥 인사치레인 줄로만 알았지.


어쨌든 그것과는 별개로, 함께 일해 보자는 말씀을 듣자마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새로운 일에 목말라 있던 내게 다가온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의 통화를 마치고, 꼭 와서 일을 배워 가며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윌의 말씀에, 엄마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학기만 지나면 졸업 예정인 내가 휴학 신청서를 제출하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에 대해서 말이다. 게다가 나는 사업이나 경영 같은 단어와 거리가 멀다 못해 극과 극이다. 소설 읽기와 음악 듣기를 좋아하며 전공은 유아교육인 내가 사업 기획이고 마케팅이고 하는 이 분야에 대해 아는 건, ‘단 1도’ 없다는 얘기다.


다만 난 ‘승패 없는 랜덤게임의 XX 당첨자’로 태어나 그중에서도 극심한 생리통을 달고 사는 사람으로서, 유기농 생리대를 판매할 회사에서 일하게 되는 게 내 인생과 이 회사에 있어 절대 마이너스일 리 없다는 근거 부족한(ㅋㅋㅋ) 판단을 내렸다. 또한, 일이란 건 배우며 늘어가는 것이며 너라면 우리 회사와 서로 win-win 관계가 될 수 있을 게 분명하다는 윌의 말씀에 용기를 얻었다. 결국, 나의 첫 사회생활은 낙하산으로서 시작되었다.


입사 첫 주, 생리가 시작되었다. 생리통이 심한 터라, 약을 꼴깍꼴깍 삼켜 가며 첫 주를 보냈다. 우리 회사는 생리휴가의 사용이 자연스럽다. 그냥 보고하고 쉬면 된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생리휴가라는 단어 자체가 낯선 완전 쪼렙 백지 무지렁이(이건 지금도 별다를 것 없긴 함)였다. 못 썼단 얘기다.


첫 주부터 함께 한 생리는 왕복 4시간에 달하는 통근길의 나를 욕 나오게 했다. 삐걱삐걱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다니며 하나 좋았던 건, 사무실에 구비된 온갖 생리대들을 종류 별로 사용해 볼 수 있었던 거다. 이전까지 깊은 생각 없이 사용하던 생리대의 착용감, 흡수력, 통기성, 냄새 등에 대해 판단하는 건 순식간에 습관이 되었다. 그 일주일 동안 사용해본 결과는 당연했다. 어떤 생리대는 아주 만족스러웠고, 어떤 건 그냥 그랬고, 솔직히 말해 어떤 건 돈 값 못 한다 싶었다(심지어 이건 저렴하지도 않은 브랜드였다!). 내가 생리대 회사 직원이 아니었다면 여러분을 위해 내가 사용해 본 모든 생리대들에 대한 리뷰라도 쓰고 싶다.


그 이후로 시간이 꽤 흐른 지금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끝에 나도그래가 탄생했다. 다른 이야기를 더하긴 어렵지만 단 하나는 보장할 수 있다. 적어도 ‘나쁘지 않은’ 생리대다. 다음에는 우리 제품 후기를 써 볼 생각이다.


- 앰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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