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그래, 넌 누구니?

by 오늘

이 이야기는 ‘어느 날 오후 9시’에 시작됐다.


‘배고프고, 추운 백수 시절이 언제 끝날까’라는 생각이 뇌 지분율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 메시지를 받았다. 나의 이력서를 열람했고, 인터뷰를 청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아무 손이나 덥석 잡으면 황천길로 간다는 걸 약 두 달 전의 경험으로 배웠기에 무조건 환영할 수 없었다. 게다가 작고 작고 작은 마음을 가진 터라 더 머뭇거렸다. 사회생활 데이터가 충만한 친구는 ‘인생은 확률 게임이며, 돈 드는 거 아니니 만나나 봐’라고 했고, 얇은 귀는 여지없이 팔랑거렸다.


회사는 싱그러운 숲 근처에 있어서 청명했다. 첫 만남부터 완벽했던 것이다. 그 날 메시지를 보낸 대표님(A.K.A.Will)의 인상 역시 좋았다(사… 회… 생… 활…?). 딸을 키우기에 ‘깔창 생리대’가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더불어 생리대를 공부하게 됐으며, 그 흐름이 회사 창립까지 닿았다는 고백도 좋았다. 생리대를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생리대의 A to Z까지 공유하고, 사람들에게 오래 남을, 좋은 콘텐츠를 구상해달라는 제안도 좋았다. 그렇다, 모든 게 호감이었다(Will, 보고 계시죠?).


12살 때부터 35살인 지금까지 생리대를 정기적으로 꾸준히 사용하고 있으니 생리대가 초면은 아니다. 허나 ‘생리대를 만드는 회사에서 콘텐츠를 담당하는 사람’이 되어 생리대를 만난 것은 처음이다. 생리혈을 받아내는 생리대가 아니라 생리대의 물성과 사용자 저마다 내린 정의 등 모든 걸 포함한 ‘합집합 생리대’와의 만남 말이다. 무슨 이야기를 전할까, 뭘 하면 좋을까,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고민하며 자료를 모았다. 그러는 와중에 나의 무지함을 발견했다.


다수가 좋다고 하는 제품이 ‘왜’ 좋은지, 어떤 소재로 만들었을 때 몸에 좋지 않은지, 브랜드마다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심지어 내가 평균적으로 몇 개의 생리대를 사용하는지도 몰랐다. 어떤 강점을 지닌 생리대를 찾는지, 생리대의 어떤 점에 큰 불편을 느끼는지 명확하게 정리하지도 못했다. 이렇게 주체적이지 못한 소비러였던 내가 ‘생리대를 만드는 회사’에 다닌 후 많은 걸 배우고, 공부하고, 얻었다. 내 몸에 직접적 영향을 끼치는 물건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파헤치고 또 파헤치다가 ‘내 몸’을 달리 보게 된 것 역시 얻은 점이다. 지금까지는 몸의 외형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내실을 다지는 것의 중요성을 확실히 깨달았으니까. (물론 말만 이렇게 하고, 운동은 1도 안 하는 건 안 비밀.)


그러니까 좋은 생리대를 사용하고 싶은데 수많은 정보와 브랜드 속을 헤매고 있거나, 누군가의 건강한 내비게이션을 따라 생리대를 소비하고 싶거나, ‘생리대’라는 물건이 궁금하거나, 우리가 얼마나 생리대를 잘 만들었는지 알고 싶다면 ‘나도그래’를 따라오시길.


- 하다





nadograe.com/stori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