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0777이 가족이 되는 순간
우리 집에 오토바이가 들어온 날,
혁짱은 오토바이에 이름을 붙일 생각이 없었다.
그의 기준에서 오토바이는 그저 ‘기계’,
출퇴근을 위해 선택한 도구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조금 달랐다.
우리 집 문턱을 넘어서 들어온 존재라면,
그게 뭐든 이름이 있어야
비로소 우리 가족의 일부가 되는 느낌이었다.
이름이 붙지 않은 채 집 안 어딘가에 놓여 있는 물건은
어쩐지 ‘임시 손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문득, 오토바이 뒤에 달린 낯선 번호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성동0777’.
이름이 없던 그에게
유일하게 붙은 식별표는 저 숫자뿐이었다.
기계의 번들거림보다
그 네 자리 숫자 조합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
그래, 이름은 여기서부터 만들면 되잖아.
0은 ‘공’,
7이 세 개니까 ‘칠삼’,
그리고 개개인을 부를 때 붙이는 존칭, ‘씨’.
그렇게 숫자는 단숨에 말이 되었다.
그리고 그 말은 이름이 되었다.
“공칠삼씨.”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더 이상 차갑지 않았다.
그냥 타는 바이크가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존재가 된 순간이었다.
혁짱은 처음엔 멋쩍게 웃었다.
“오, 이런 식으로 이름을 짓는다고??”
하지만 이내 받아들였다.
아마도 내가 왜 그러는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무언가가 우리 삶에 들어올 때
그걸 ‘내 것’이 되게 만드는 방식이 서로 조금 달랐을 뿐이다.
이름은 늘 그런 역할을 한다.
어떤 존재에게 마음을 건네는 출발점.
부르기 전에는 몰랐던 감정이
부르는 순간 생겨나는 연결의 끈.
성동0777은 그렇게
‘공칠삼씨’가 되었다.
그리고 그 이름은 우리 이야기의 첫 문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