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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산책 Aug 05. 2020

당신을 빼고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

당신이 내 글감이야

- 구독 눌러줄까?

- 아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말하지 않으면 좋겠어.

- 구독이 많아야 좋은 거 아니야?

- 구독이 많으면 좋겠지만. 이건 유튜브랑 다르니까.

- 널리 알리면 좋을 것 같은데...     


신랑에게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고 말한 후 나눈 대화이다. 신랑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닌데. 작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노트북을 사리라 작정한 터라 말하게 되었다.

신랑은 무엇에 대해 글을 쓰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브런치가 뭔지도 모를 것이다.

내가 쓰고 있는 주제가 '부부 이야기'이고, 상당수 본인의 이야기가 나올 거라는 말을 아직 하지 못했다. 어쩌면 발행을 못 할지도 모르겠다.


  그 말고 나에 대해 쓰고 싶지만 '그를 빼고 나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내 삶에 많은 부분을 그 없이 설명하기 어렵다. 24세 이후부터 지금까지 나는 그와 공존하고 있다. 그래서 '나와 그'에 대해 쓰기로 했다.   

  

"다시 태어나도 이 사람과 결혼하겠습니까?"

이런 질문에 나는 곧잘

- 독신입니다. 꼭 해야 한다면 신랑과 할게요.

라고 말한다. 신랑은 뭐라고 했더라. 그는 아마도

- 물론입니다.

내 착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다른 대답을 한다고 해도 상처받지는 않을 것 같다. 나는 자주 다시 태어나면 혼자 살고 싶다고 이야기해왔으니까 그의 선택이 내가 아니라도 괜찮다.     


  연애 한 번 못해 본 내가 개성이 강한 그를 만나 결혼하고 살면서 다양한 감정을 맛보았다. 20여 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이제야 어느 정도 맞춰서 살만한데. 다시 태어나도 결혼을 해야 한다면 다른 사람과 이 과정을 겪느니 신랑과 다시 해보리라.     


  어쩌면 나는 이런 글을 쓰기 위해 당신을 만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모든 일에는 목적(이유)이 있다 했으니 당신 덕분에 글감을 얻고 '부부 이야기'를 쓸 수 있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 첨언

신랑에게 말을 꺼냈다. 

- 내가 무슨 주제로 글을 쓸 것 같아?

- 남자 1호?

- 응?

- 나잖아. 당신한테 남자 1호.

- 아! 그렇구나! 비슷한데. 부부 이야기를 쓸려고 해.

- 그럼 내 이야기네. 동의 안 할 건데. (얼굴은 웃고 있다.)

나도 따라 웃는다.

- 그럼 지분을 나에게 넘겨. 수익이 생기면 나에게도 지분이 있는 거야. 오케이?

'수익이라니. 상상만 해도 좋긴 하네.'

- 오케이!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쓸 건지는 여전히 묻지 않는다. 궁금하지 않은 건지, 나를 믿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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