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의 교훈은 '권력분산'
더불어민주당은 21일 국회 개혁 방안으로 상시국회를 운영하고, 국정감사를 폐지하는 방안을 헌법 개정에 포함하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고 한다. 여당이 되었다고 해서 국회 힘빼기에 나선 것인가? 독재자 박정희 따라하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알다시피 국정감사는 국회가 입법권, 국가재정에 관한 권한, 국정통제권 등을 유효적절하게 행사하기 위하여 국정전반에 대해 감사하는 제도다. 국정감사는 1948년 제헌헌법에서 규정한 이후, 1972년 유신헌법에서 폐지되었다가, 1987년 현행헌법에서 다시 부활되었다.
박근혜 탄핵사건에서 확인되었고, 지금 헌법개정 논의에서도 주요 개정방향은 권력의 분산이다. 한데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지금의 ‘약한 국회, 강한 행정부’ 구조에서 ‘더욱 약한 국회’를 만들려고 하는 것인가?
상시국회는 이미 하고 있고, 국정감사는 지금도 유용한 제도다.
국정감사에 대해 2007년 오마이뉴스에 처음으로 기고한 글을 다시 옮긴다.
오마이뉴스, 2007년 9월 3일
2007년 9월, 16대 정부의 마지막 정기국회이자, 17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회가 시작되었다. 2006년 국정감사 이후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참 많은 일들이 이루어졌다. 외교부문에서만 몇 가지를 보자.
국회의 비준동의 앞두고 있는 한미FTA의 정부간 서명이 완료되었다. ‘건강권’에 대한 우려가 심각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었고, 얼마전에는 광우병위험물질인 등뼈가 발견되었음에도 여전히 수입은 중단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지난 6월 말에는 반환예정인 미군기지의 환경오염과 관련한 국회 환노위의 청문회가 있었다. 1달 뒤인 10월 2일에는 7년만에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에서 열리게 된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 없다. 이러한 사안들에 있어 공통적으로 시민사회로부터 지적된 부분이 있다. 그것은 바로 국민의 알 권리와 관련된 것이었다. ‘알 권리(Right to know)’는 1956년 미국 AP통신사의 쿠포(Kent Cooper)에 의해 널리 확산되었다. 국민 개개인에게는 정치적∙사회적 현실에 대한 정보를 자유롭게 알 수 있는 권리, 또는 이러한 정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권력의 행사과정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현행 법질서에도 이미 규정되어 있다. 정부는 모든 정보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국민의 정보공개청구가 있으면 이에 적극 응해야 하며, 국민의 대표인 국회 역시 행정부의 업무집행에 대하여 그 현황이나 문제점에 대해 국민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지난 한 해 동안 정부는 국민의 ‘알 권리’를 존중해 왔는가? 아쉽게도 그러하지 못했다. 그동안 정부는 ‘참여정부’라는 기치에 걸맞게 행동하지 못했다. 국민이 반드시 알아야 할 주요 사안에 대해 ‘외교적 사안’이라는 이유로 ‘비공개’가 남발되었다. 주요한 사안과 관련된 절차적 합의마저도 비공개되었고, 동일한 사안의 진행에 있어서도 그전에 공표한 내용과 상반되는 행동을 하기 일쑤였다.
정기국회가 시작한 지금 국정감사를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실질적 보호를 위해 국회가 어떻게 활동하고,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에서의 활동을 통해 내가 알고 싶은 것들이 얼마나 보고되는지를 알고 싶은 까닭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국정감사를 통해 그간의 업무수행에 대해 평가받아야 할 정부나 지자체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 8월 9일 행정부공무원노동조합은 '원칙∙기준 없는 국정감사 자료요구로 대민서비스 피해 우려'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앞선 7월 31일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이, 8월 28일에는 전국교육기관공무원노동조합연맹이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했다. 그들의 공통된 주장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매년 반복되고 있는 많은 양의 자료제출 요구로 인해 본연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는 것이다.
총성없는 전쟁의 시작을 느낄 수 있다. 이와 같은 정부와 지자체의 움직임에 따끔한 경종을 울리는 지적이 있었다. 국민일보에 실린 최재천 의원의 ‘이렇게 생각한다―국감자료 제출 거부, 관료가 정보 독점하려는 발상'이라는 글이었다. 그 기고의 내용은 국정감사의 목적에 대한 우리 헌법질서를 간략하게 잘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질서를 도외시한 행정부나 지자체의 움직임에 대하여도 ‘헌법을 법전 속에 잠재우지 말라’며 통렬하게 비판했다. 국회에서의 국정감사를 그나마 희망적으로 바라볼 여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이후의 국회의 움직임을 보면서 희망이 절망으로 변해감을 느낀다. 국정감사의 일정과 관련하여 한나라당과 민주신당은 다가오는 12월 대선에서의 각당의 유불리를 이유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정부의 1년 간의 업무수행과 예산집행에 대해 국민이 위임한 주권을 통해 철저히 감사해야 할 국정감사의 일정이 정쟁으로 인해 합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일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작년의 경우에도 국정감사의 일정이 1달여 가량 지연된 예가 있다. 국민의 알 권리가 관료에 의해, 그리고 국회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는 현실이다. 현재 지지하는 정당 없음이 30%를 넘는 이유일 것이다.(지난 7월말에 조사한 KSOI 여론조사결과에 의하면 지지정당을 묻는 질문에 ‘모름/무응답’의 부동층은 29.4%였다.)
국민이 위임한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부만이 아닌 국회 또한 마찬가지이다.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제 정당은 부동층 30%의 마음을 움직이길 원한다. 그들을 자기의 지지기반으로서 움직이고자 하는가. 비책 아닌 비책을 제시한다.
각 정당은 17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위임받은 주권을 충실히 행사하라. 그리고 17대 국회의 마지막이니만큼 보다 열정적으로 파고들라. 참여정부에 ‘참여’가 없고, 민생국회에 ‘민생’이 없는 것에 실망한 시민들의 분노는 여야를 막론하고 다들 인정할 것이다. 다가오는 12월, 국정감사에 ‘감사’가 없다면 부동층 30%의 마음을 잡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70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