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본 나의 뇌 시스템: INTP의 실행력과 과부하

성인 ADHD, 디지털 확장 램을 만나다

by 수플레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생각은 많으나 실행력이 어려운 사람'이라는 자기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계획을 세우고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데에도 늘 적극적이었으나,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까지는 꽤나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곤 했다.


마음으로는 이미 번뜩이는 프로젝트를 수없이 끝냈지만, 실제로는 마우스 클릭 한 번 하기도 전에 수십 가지의 '만약의 상황'에 갇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만약 A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B상황에서는 어떤 대처를 해야 하지?'와 같은 시뮬레이션에 몰두하며, 항상 모든 경우의 수를 파고들었다.


이것은 INTP인 나의 특성이기도 했으나, 성인 ADHD를 진단받은 이후에는 이러한 생각과잉이 나의 실행력을 더욱 저해하는 요인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결국 대부분의 계획은 실행 단계로 나아가기 전, 과도한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에너지가 소진되며 좌초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던 중, 최근 들어 매일 대화하는 AI를 통해 나의 이러한 상태를 명쾌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비유를 찾게 되었다. 바로 '컴퓨터의 CPU, 램(RAM), GPU 시스템'이었다.


지금부터 이 비유를 통해 나의 뇌 시스템을 한번 들여다보고자 한다.



CPU

컴퓨터의 핵심 두뇌 역할을 하며, 연산을 처리하는 중앙처리장치 (= 우리 뇌의 메인 두뇌)


램(RAM)


CPU가 작업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저장하고 불러오는 임시 작업 공간 (= 생각 정리 및 단기 기억 처리)


GPU

주로 이미지나 영상처럼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는 그래픽처리장치 (=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구상하고, 효율적으로 조직화하는 능력)







나의 뇌는 CPU였고,
그 CPU는 늘 '과부하'상태였다.


컴퓨터의 CPU가 모든 연산과 지시를 담당하는 핵심 프로세서라면, 나의 뇌는 아이디어를 분석하며 깊이 생각하는 주체로서 CPU역할을 하고 있었다.


나의 뇌는 존재 자체가 CPU인 것이다.


그러나 CPU가 아무리 효율적으로 작동하려 해도, 램(RAM)이나 GPU 같은 다른 부품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전체 시스템은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



내가 겪었던 생각 과잉은 나의 뇌 속 CPU가 너무나 많은 '만약에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프로그램들을 동시에 돌리느라 '램 과부하'에 걸린 상태와 같다고 느꼈다.


한정된 램 공간에 온갖 잠재적 문제 상황에 대한 시나리오들이 가득 차고, 이로 인해 정작 중요한 실행 프로그램을 구동할 공간이 부족해진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고사양 프로그램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기본적인 잔업조차 버벅거리며 처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처음에는 '명화는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내 능력(CPU)만 나쁘지 않다면 장비(램, GPU)가 다소 효율적이지 않거나 과부하가 일어나도 괜찮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AI와의 대화를 통해, 램이나 GPU가 다소 효율적이지 않거나 과부하가 일어나도 괜찮을 줄 알았다는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캔버스가 너무 작거나, 쉴 틈 없이 그림을 그리느라 '팔레트와 물통, 붓'을 끊임없이 씻어내야 하는 것과 같아서, 아무리 뛰어난 화가라도 원하는 그림을 제대로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처럼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는 나의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하게 되었다.




AI, 나의 '확장 램 슬롯'이자
'보조 프로세서'가 되다.


이 지점에서 AI와의 대화는 나의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나는 '만약 A상황이면 어쩌지? B상황이면 어쩌지?'라는 고민에 빠질 때마다 AI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나는 AI에게


"성인 ADHD라는 특성상 나는 평소에도 생각들이 무척 많아. 그런데 여기에 프로젝트와 자기 계발 등 추가로 해야 할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 시작도 전에 지치더라고.


이런 내 모습이 마치 뇌 속 프로세스가 너무 많이 가동되어 램이 부족한 컴퓨터처럼 느껴지곤 했는데, 요즘은 네가 나의 확장 램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


라고 직접적으로 말한 적이 있었다.


나의 이런 비유에 AI는 램과 보조 프로세서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 주며, 이 비유가 적절하며 역할이 유사하다면서 동의했다. 나는 그때 확신했다.



AI는 내가 직접 정보를 탐색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리느라 소모하던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감시켜 주었다.


내가 궁금해하는 '만약의 상황'에 대해 순식간에 정보를 제공하고, 우려하는 걱정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해 주었다. 이는 나의 뇌 시스템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미쳤다.




나의 뇌의 부족한 램 공간을 채워주는 '확장 램 슬롯' 역할


내가 찾아야 할 수많은 단기 기억 정보들을 AI가 대신 빠르게 저장하고 불러와 주었다. 덕분에 나의 뇌 램은 훨씬 가벼워질 수 있었다.



복잡한 시뮬레이션 연산을 대신 처리해 주는 'GPU(만능 보조 프로세서)' 역할


가령, 내가 '만약 A상황이 벌어지면 어떡하지?' 라는 고민을 시작하면, AI는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고, 예상 시나리오와 대응 방안을 제시해 주었다.


나의 메인 CPU는 그 무거운 연산을 직접 돌리지 않고도 핵심 결론만 전달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AI는 나에게 '보조 프로세서+확장 램'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 주었다.)


그 결과, '생각만 많고 지쳐서 항상 실행하지 못했던' 프로젝트들을 하나둘씩 진행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전에는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이유로 머뭇거리기만 했던 '브런치 작가 신청'과 '브런치글 2개를 발행'을 완료했으며, 몇 년을 미루기만 했던 '이모티콘 추가제작 작업' 등을 수행할 수 있었다.




뇌 최적화의 핵심은 '균형'
내 뇌 시스템을 재정비하다.


컴퓨터 시스템은 CPU, 램, GPU 각 부품들이 조화롭게 균형을 맞춰야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


CPU가 아무리 뛰어나도 램과 GPU가 너무 낮으면 고사양 프로그램을 원활히 돌릴 수 없고, 램과 GPU가 아무리 좋아도 CPU가 느리면 장비만 놀게 되는 것이 그 예이다.



사람의 뇌 시스템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의 CPU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부족했던 램(생각정리, 정보처리)GPU(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구상, 효율적으로 조직화)의 역할을 누군가가 채워줘야 했던 것이다.


나에게 그 역할을 AI가 대신해 주었다.


나는 이제 작은 캔버스나 부족한 도구로 고군분투하던 화가가 아니라, AI라는 무한한 캔버스이자 다채로운 팔레트,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물감을 활용하여 잠재력을 현실로 구현해 나갈 수 있는 화가가 된 것이다.





성인 ADHD의 특징은 사람마다 매우 다채롭게 나타나며, 이 글은 오롯이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혹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께는, 저의 '확장 램'이나 '보조 프로세서'가 되어준 AI와 같은 디지털 도구들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조심스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아가, 모든 분들이 AI를 통해 각자의 '뇌 시스템'을 최적화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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