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을 풀고, 이해를 넓혀가는 한 사람의 기록
"여자는 여성스러워야 한다."
나는 이 말을 항상 부정해왔다. 적어도 내 자신에 대해서는.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트랜스젠더 여성에게만큼은 무의식중에 이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내 안에도 스스로 자각하지 못한 채, 흡수된 이미지와 말들이 만든 작은 고정관념이 있었다. 이 글은 그 틀이 어떻게 흔들리고 변해갔는지의 기록이다.
내가 처음 ‘트랜스젠더’라는 존재를 명확히 인식하게 된 건, 2000년대 초반 TV 속의 하리수라는 연예인을 통해서였다.
그녀는 놀라울 만큼 아름다웠고, 당시의 나는 무척 예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기억은 곧 ‘트랜스젠더 여성은 모두 여성스럽고 예쁘다’는 무의식적인 공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흐르고 어느 날, 나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풍자'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시원시원하고 솔직하며, 때로는 유머러스한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뭔가 내가 생각했던 트랜스젠더와는 다르네?"
그때부터 내 안의 공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주제에 대해 글을 써나가기 위해 AI와 이야기를 구체화해가면서, 나는 생각을 하나하나 정리할 수 있었다.
‘내가 여자다’라는 인식은 젠더 정체성의 문제이고, ‘여성스럽다 / 여성스럽지 않다’는 건 단지 성격과 표현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여성이면서 보이시한 사람도 있듯, 트랜스젠더 여성에게도 다양한 성격과 표현 방식이 존재한다는 — 너무도 당연하지만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을 확장해나가다보니, 나는 아이러니한 사실을 깨달았다.
태어나면서부터 여성으로 살아온 나 역시,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가 기대하는 '여성스러움'과 거리가 멀다는 걸 알고 있었다. 무뚝뚝하고 간혹 무심하기까지 해서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준 경우도 있었고, 누군가에게 기대는 것을 싫어해 어지간해서는 혼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도 강했다.
그런데 나는 나 자신에게는 '여자라고 해서 다 여성스러울 필요는 없어'라고 말하면서, 트랜스젠더 여성에게만큼은 무의식중에 '여성스러워야 한다'는 기준을 들이대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나는 성별 전환이라는 결정을 단순히 한쪽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결코 가볍게 결정할 일이 아니며, 순간의 결정이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흔드는 선택이었다.
세상에는 성별 전환을 후회하는 이들도 있고, 반대로 전환 이후 처음으로 ‘나답게’ 살게 된 사람들도 있다. 사례는 매우 다양하고, 일부의 서사로 전체를 설명할 수는 없다.
나는 내 성별에 이질감을 느껴본 적은 없다. 다만 때때로 ‘나는 왜 이렇게 다른가’ 하는 피로감이 있었다. 여자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나는 종종 ‘특이하다’거나 ‘독특하다’는 말을 들었다.
학생 때는 동성인 친구들 사이에서 종종 난처함과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고, 성인이 된 이후 직장에서는 보통의 여성 직원들과 다르게 무뚝뚝하고 살갑지 않은 성향으로 인해 '혹시 자신을 싫어하냐'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었다.
결국 내가 겪은 어려움은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평균적인 틀에 잘 맞지 않는 성격에서 오는 ‘다름의 부담’이었다. 그리고 이 깨달음은, 내가 타인의 ‘다름’을 이해하려는 시작점이 되었다.
트랜스젠더 개인의 감정과 경험을 내가 완전히 공감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는 ‘인간’이라는 근본적인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인식하고, 사랑하고, 두려워하고, 변화를 겪는 그 과정은 다르지 않다.
경험의 내용은 달라도, 그 경험이 내면에서 만들어내는 파동은 같은 인류의 언어로 이어진다. 그 사실을 이해하고 나서야, 내 안의 고정관념들은 조금씩 풀려나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알아가고 배워가는 중이다. 그리고 이 글은 그 과정에서 마주한 생각들을 적어 둔, 아주 개인적인 기록이다.
이 글은 특정 집단을 대변하지 않으며, 한 개인의 관찰과 생각의 기록입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의문을 품고 있던 누군가가 이 글을 읽는다면, 이 작은 기록이 그분께도 하나의 씨앗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