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은 비웠지만 내 마음은 뿌듯함 한가득
일주일에 두어 번 얼굴 스크럽을 합니다. 피부 관리를 열심히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걸 하고 나면 피부가 엄청 부들부들 해지는데, 로션도 더 잘 발려 피부 밖에서 겉돌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작년 중순에 구매한 스크럽을 주욱 쓰고 있습니다. 그 스크럽을 바로 어제저녁에 다 비워냈습니다. 물건을 아낄 줄을 몰라 항상 끝까지 쓰는 법이 없었던 저인데, 요즘엔 내가 번 돈으로 사서 그런 건지, 아니면 물욕이 사라져서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한 번 산 물건은 그 쓰임을 다 할 때까지 꾸준하게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원래 물건을 쓰지 않거나 다 쓰면 저는 다 버렸습니다. 공간을 차지하는 것도 싫고, 더 이상 쓸모가 없는 것이 뒹굴어 다니는 게 그다지 보기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빈 스크럽 통은 어제 말-끔히 비워낸 후 스티커까지 정성스럽게 떼어내고 남은 끈끈이까지 씻었습니다. 그리고는 잘 마를 수 있도록 기울여 놓았죠. 그리고 오늘 아침, 잘 마른 깨끗한 빈 통을 보니 바로 버리진. 못하겠더라고요. 물건을 알뜰살뜰 쓴 제가 받은 표창장 같은 느낌입니다. 오늘도 아침부터 빈 표창장과 기분 좋게 시작합니다. 이 표창장은 머리끈을 넣든, 고양이 약을 넣든, 뭐라도 쓰임을 주어야겠어요. 그래야 제 방 한 구석에 자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