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떠나도 면사무소 고양이는 계속된다

결국 면사무소 주인은 너희였구나

by 이춘노

인사가 났다.


지방직 공무원은 다른 공무원처럼 규칙적이지도 않으며, 딱히 계획과 원칙이 철저하지 않다. 다만 내가 떠날 수 있다는 생각과 마음만 있을 뿐이다.

8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 느낀 인사에 대한 생각이다. 마냥 좋을 수 없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면서 이 녀석들은 바라본다.

이제는 고양이를 보지 못 하는구나...


2020년에 면사무소에 오면서 고양이를 보면 신기했다. 그렇게 휴직을 했고, 다시금 2021년을 맞이하면서 사람들은 변했지만, 녀석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눈이 오거나 비가 오거나 무더위에서도 저 공터 그대로 있는 모습에서 나름의 위안을 삼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눈이 온 어느 날.

박스에 앉아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아이들을 보았다. 항상 있던 곳도 아닌데, 느낌이 사뭇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내가 마음을 조금씩 열었기에 고양이들이 보였던 것은 아닐까?


좀처럼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지 못했다. 무섭기도 했고, 스스로에게 믿지 못하는 마음으로 단절하고 살았던 시절. 2020년에 고양이들과 2021년에 고양이들은 같았지만, 나에게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나는 이제 떠난다.

떠난 자리가 남지 않게 짐을 싸고, 캐비닛을 정리하고, 문서를 파쇄하고, 인수인계를 했다. 그렇지만 면사무소 고양이는 지금 그대로 남아서 새로운 누군가를 맞이 할 것이다.


냥이들아

잘 지내렴.

난 너희 덕분에 즐겁게 면사무소에 출근했단다.

물론 새로운 곳에서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떠나야 하겠지?

다시 만나는 날까지 건강하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