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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Jul 19. 2023

공무원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길

복지직 이 주무관의 사회복지직 개론 6장

  "적성에 맞지 않으면 빨리 다른 공부를 해요."


  난 후배 공무원들이 임용돼서 오면, 장난과 진담을 섞어서 이렇게 말한다. 지방직을 선택한 젊은 직원들에게는 꼭 이야기를 했다. 정말 뜬금없는 말에 처음에는 이상한 선배 취급을 하다가 나중에는 정말로 다른 지역이나 직렬을 바꿔서 그만두는 사람이 종종 생겼다. 아니면 그냥 흔한 말로 의원면직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먼저 말하겠다. 흔한 워라밸을 기대하면서 지방직 공무원을 하겠다면, 다른 일을 알아봐라. 게다가 복지 업무만 하려고 하는 이상적인 복지사가 있다면, 역시 여긴 그런 것 없다. 당장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 좋다. 


  요즘 같이 비가 내리는 기간에는 비상근무가 많다.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지역은 더욱 강도 높은 단계로 근무를 수행한다. 평일에 비상근무라면 모두 함께 있기에 문제없지만, 주말이나 휴일에는 교대로 새벽이라도 나와서 대기 혹은 현장에 투입된다. 

  최근에 나도 폭우로 인해서 모래주머니를 담아서 응급 복구를 하거나, 쓰러진 나무를 치우기 위해서 우비와 장화로 무장하고 돌아다녔다. 물론 폭우에 우비는 많은 도움은 되지 않는다. 몸에서 나오는 땀과 빗물에 옷은 이미 흠뻑 젖는다. 그리고는 밤에는 비상근무를 해야 했다. 

  물론 여성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근무자는 성별을 따지지 않는다. 힘의 여력이 더 있고 없을 뿐이지. 비상 상황에서는 남녀는 평등하다. 특히나 도시 지역이 아닌 소도시나 농촌 지역은 더 그렇다. 여성도 트럭을 운전해야 하고, 짐도 나르고, 밤에도 비상근무로 일 한다.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어서 배려는 해주는 것은 있어도 원칙적으로 근무자의 인원은 열외가 없다. 


  여기서 우리들의 잘못된 사회적 인식이 깔려 있기에 어렵게 공부하고 합격해도 그만두는 후배들이 많은 것이다. 아무리 공무원 인기가 식었다고 해도, 최소한 일반인이 공무원 시험을 합격하기 위해서서는 평균 2~3년의 시간을 투자한다. 그렇게 고생해서 온 직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적은 봉급과 생각보다 저녁과 주말이 없다는 점에서 많이 회의감을 갖는 듯하다. 그래서 복지직이라는 사명감과 전문성을 갖기 위한 준비 이전에 공무원에 대한 본인의 인식을 애초에 굳게 다잡을 필요가 있다. 


  '공무원 안정적인 것은 있지만,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편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기상 상황이나 사회적 재난에 사람들은 누굴 찾는가? 그리고 또 누굴 비난할까? 바로 공무원이다. 직업의 안정성을 부여한 행정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갈 필요는 없다. 애초에 공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은 무한한 책임을 감내해야 한다. 흔한 말로 사명감이라고 한다. 

  그것은 분명 자기만족이 필요한 부분임에도 직업적으로 본다면 돈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게다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색안경을 끼고 내가 하는 고생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은 사명감이 필요한 공적 업무를 하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어렵게 임용하고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것이다. 대부분 신규 직원들이 이런 말을 한다. 


  "저는 공무원이 이런 일까지 하는 줄 몰랐어요."


  정정한다. 공무원이기 때문이 아니라 지방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이렇게 일을 하는 것이다. 폼나는 공무원이 좋고 흔한 자기 시간을 원해다면, 번지수 잘못 찾았다. 


  1년에 비상이 없는 날이 얼마나 있을까 나름 계산해 보았다. 1월부터 3월까지는 흔한 폭설로 비상근무가 있었다. 눈을 치우고, 모래를 뿌렸다. 눈도 많이 내리면 나무도 부러트린다. 올초에 나도 그 작업을 하러 돌아다녔다. 어떤 직원은 사무실에 출근하다가 눈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죽을 뻔했다. 그리고 급하게 내린 비상에 4시간을 걸어서 갔던 행정복지센터에 도착해서 눈을 치운 전주시 지인의 이야기도 직접 들었다. 

  또 5월까지는 산불 비상근무를 해야 한다. 그리고 불이 나면 물론 불도 끄러 가야 한다. 올해도 산이 타는 냄새를 참으면서 작업을 했던 기억이 있다. 7월부터 9월까지는 폭우와 태풍, 강풍에 비상근무가 역시나 있다. 그렇게 가을이 오면 추석이고, 그땐 역시나 복지직들이 바쁘다. 또 그리 지나다가 역시나 산불 비상근무에 눈이 오면 다시 폭설 비상근무가 기다린다. 


  여기서 기상에 관련된 것만 이야기했다. 각종 지역 축제와 면 행사, 체육 행사, 선거도 있으면 휴일은 사라진다. 우리도 연가는 있지만, 굳이 연가를 쓰지 않아도 된다. 주말에 비상근무나 행사 동원에 특별 휴가가 참 많이도 쌓인다. 그래서 있는 연가도 잘 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바빠서 그 특별휴가도 날리는 경우도 있다.


  물론 사회복지 업무에 대한 것은 또 논외이다. 복지사와 공무원이라는 구분을 사람들은 쉽게 하지 못한다. 실제로 같이 일하는 직원도 우리를 '복지사'라고 부른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참 실례되는 말이기도 하다. 이유는 같은 공무원이 하는 업무는 다 같이 하면서 복지사라는 말로 사회적 책임을 은근슬쩍 떠 넘기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요즘 트렌드다. 모든 부서에 복지라는 말이 붙는다.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니, 취약계층을 말한다. 하지만 정작 그 취약계층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에 혼선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리고 은근하게 그 업무가 우리에게 온다. 


  난 그렇기에 중앙부처의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정책 입안자가 앞에 있으면 조목조목 따지면서 왜 그랬냐고 묻고 싶다. 도대체 현장의 상황을 알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정책을 필터 없이 쏟아 내는지? 묻고 싶지만, 돌아온 메아리는 성과 지표 제출이다. 

  요즘 후배 직원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당혹감이다. 세상이 이렇게 발전했는데, 아직도 이런 행정이냐고 묻는 후배들에게 솔직히 나도 묻고 싶다. 책임감과 사명감이 조금도 없을 것 같으면, 과감하게 그만두시라고 말이다. 


  세상이 스마트한 세상이 되었어도 결국은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코로나라는 역병이 창궐했을 시기에도 스마트한 행정을 기대했겠지만, 그건 결국 사람이 몸으로 일을 했기에 진행되었다. 수해가 터지고, 폭설에 나무가 쓰러지면, 장비를 부르는 것보다 사람이 나가서 삽질을 해야 하는 것이 지방직 공무원이다. 그것은 아무리 사회가 발전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보다 앞으로가 일은 더 어려울 것이다. 왜냐면 우리를 도와주는 이장님도 근처의 행정복지센터도 점점 줄어들 것이며, 같이 일하는 직원들도 여러분보다 더 편하게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후임으로 오고 그만두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은 감히 말해본다. 복지를 위한 마음에 앞서서 진정 공무원을 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차근차근 일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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