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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춘노 Oct 07. 2023

사회복지직이 전문직입니까?

복지직 이 주무관의 사회복지직 개론 8장

  당분간은 누군가를 교육시킬 입장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저에게도 명절 선물처럼 다가온 신규직원이 왔습니다. 반가울까요? 아주 반갑다고 말하고 싶지만, 솔직히 속마음은 걱정이 태산입니다. 나의 능력치로 누군가를 사회복지직의 길을 잡아주는 이른바 사수의 역할은 돈이 안 되는 좀 어려운 일입니다. 동료와 선배의 경계에 걸친 묘한 입장은 나이의 세대차이를 더 넘어서는 골이 있음은 일단 인정하고 시작해야 하니까요.


  그러다가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복지직은 전문직인가?"


  저는 과거의 글에서 반은 맞고, 반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직렬이 있기에 그 업무를 당연하게 하지만, 반대로 다른 업무도 해야 하기에 오히려 공무원으로도 사회복지사로도 반쪽이 짜리가 아닐지 하는 의문이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의심 없이 맡은 업무를 하고, 개인적인 고민을 이어가다가 복잡한 최근에 상항에서 작은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두 명의 전문가를 만났습니다. 한 분은 병원 의사 선생님이십니다. 긴 연휴로 인해서 병원도 못 가고 약국 감기약을 사다 먹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반가를 내고는 수액도 맞을 겸 병원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기존에 기록된 저의 차트를 보시고는 약에 대한 조언을 해주셨고, 살을 빼라는 경고(?)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것에 저는 공손하게 대답하며 부끄러워했습니다.

  그리고 집안 문제로 세금 낼 문제로 세무서를 가기 전에 인근에 세무사 상담을 받았습니다. 솔직히 약간 수수료가 높은 상담임에도 자료를 뽑기 위해서 모니터를 두드리는 세무사의 모습을 경건하게 기다렸습니다. 봐도 모르겠는 세법에 대한 내용과 접근 방법은 세무서 신고 절차가 쉽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저녁을 마무리하면서 저는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아. 이래서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내가 저 두 분을 만났구나.'


  냉정하게 말하면, 우리는 돈과 시간을 투자해서 누군가의 지식과 경험을 구매하는 입장입니다. 일종의 소비자죠. 그런 서비스 직종에서도 높은 전문성을 요하는 직업이기에 권위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고학력자인 또 제법 기본적인 법 지식을 갖고 있는 젊은 공무원도 겸손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모니터를 두드리며 출력을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민원인들 눈에는 과연 어떠했을지? 몇 분의 침묵 속에서 시선은 어디로 향했을지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각종 경험으로 복지 서비스를 연결하고 상담을 진행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전문가가 맞겠다는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왜냐하면 복지직 공무원의 단편적인 업무 지식이 아니라 광범위한 배경 지식으로 민원인은 본인이 받을 수 있는 기본적 서비스를 더해서 받을 수 있거나 그 기본적인 서비스도 못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것은 신규 직원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하면서 느낀 복지직의 깊이였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다면, 전문가는 아닙니다. 또 자격증이 있다고 아무나 상담을 할 수 도 없겠죠. 실제로 복지 학과를 나와 학사 학위를 받았다고 해도, 이론과 실제는 하늘과 땅차이입니다. 끊임없는 지침 숙지와 법령 공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실수의 수정을 통해서 저 또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 중인 사회복지 공무원임을 새삼 느낀 지금. 저를 지나쳤던 민원인과 신규 직원들을 떠올렸습니다. 우리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돈은 받지 않는다고 해도, 과연 시간을 투자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던가? 묘한 실소와 함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은 감기 탓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선 글에서 저는 공무원이란 직장에 대한 잘못된 선입관 충고와 동료를 충분히 배려하는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라는 말을 했지만, 오늘은 다른 의미에서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말하고 싶습니다. 내년이 만으로 10년 차 복지직 공무원도 아직 배울 게 많습니다. 하물며 신규 직원은 어떻겠습니까?

  2주? 작은 시골의 면사무소에서도 아직 업무를 100분의 1 정도만 전달해 준 거 같아서 부족하다 느끼는 선배도 있지만, 그 조차도 힘들지 모르는 후배라 칭하는 전국 모두의 사회복지 공무원들에게 감히 말씀드립니다.


  "우리 민원인들께 시간이 아까웠다는 말은 듣지 않게 따뜻한 마음도 필요하지만, 참 많이 공부해야 하는 전문가답게 노력해 봅시다. 왜냐면 우리도 전문직이니까요."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고민하는 부끄러운 어느 면서기의 참회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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