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굶고 다닌다니, 참 겉과 속이 다릅니다. 주변에선 먹지 않고 일만 하는 이 모자란 사람 걱정을 해주지만, 면장님 퇴임식 인터뷰를 하면서 보니 토실한 얼굴이 화면을 꽉 채우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가끔 사람에게는 모습과 행동만큼 인생이 불일치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모진 인생의 틈에서 항상 좋은 선택을 해 온 것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후회가 많았던 적은 과연 있었을지.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며, 바쁘게 일을 하는 초 단위의 틈에도 없었다고 답합니다. 후회했고, 분노도 해보고, 타인에게 화를 냈기도 했으나, 결국은 다 내 선택이었기에 자괴감이 들던 이번주에 문뜩 탈출구가 있었는지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왜 브런치를 썼을까? 아니, 글은 왜 썼을까?
내가 글을 쓴 이유는 거창한 이유 같은 건 애초에 없었습니다. 일기장에 쓰던 내 글을 한 곳에 묶을 기회가 있었기에 제일 쓰기 쉬운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고, 브런치는 그런 내 마음의 블로그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구독자가 있어서 유명해지는 것도 상상했지만, 애초에 출판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것 말고는 다른 큰 뜻은 없었으니, 브런치는 단순히 유언장 같은 공간이었습니다. 아니면 혹은 인생 일기장이랄까?
브런치에는 참 다양한 글이 올라오지만, 나의 글의 주제는 병원과 휴직.
무엇을 그리 열심히 살았는지. 평탄하지 않았던 삶 속에서 뭔가를 남기고 싶다는 욕구를 참지 못해서 글을 썼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좀 후회가 됩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만나지 않았을 인연들도 있었고, 또 글을 썼기에 휴직에서 복직도 할 수 있었으니, 그만두지 못한 이유기도 하니까. 그렇게 거꾸로 올라가다 보면 고민은 끝이 없었습니다.
매번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매번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결국은 스스로 혼자가 되어버린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무서움이 많았기에 그랬을지. 애초에 내 삶이 답이 없다고 생각하며 자포자기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매번 후회를 했던 것은 시도만 하고 탈출하지 못했던 순간만큼은 잊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비상구를 나가지 못하고 있었기에 나는 이렇게 있구나. '
과연 지금은 탈출을 해야 하는 상황인지? 그렇다고 생각했다면 좀 더 과감해야 했는데, 떠밀리듯이 출구에 앉아서 세상을 보았습니다. '나는 비상인데, 타인들은 그저 일상이구나. ' 그래서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일상에 녹아들려고 노력해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자기 혐오감에 배가 고프지 않았고, 불안함에 잠이 오지 않는 수일의 밤이 지났습니다. 무엇을 해도 지치지 않지만, 그렇다고 뭘 하더라도 기운이 없는 상태에서 다 포기하려는 저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습니다.
"열심히 살아봐."
평소 같으면, 그냥 웃으며 넘겼을 말인데, 묵직하게 들렸습니다.
다만 저는 그 말에 일만 열심히 하겠다는 약속만 했습니다. 그렇게 오늘까지 고민하다가 어려운 약속임을 알고, 포기하려다가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그렇게 타인과의 연말 모임 속에서 빈속에 이것저것 넣었더니 비록 탈이 나버렸지만, 어떻게든 전달하고픈 마음에 글을 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