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를 안고 재우느라 팔이 너무 아파서 울다가 쓴 동화
옛날옛날에 아주 사랑스러운 아기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 아기는 특이하게도 엄마 품에 안기기만 하면 울음을 터뜨리며 기겁을 하는 것이었어요. 그 아기는 침대에 혼자 눕혀놓으면 방긋방긋 웃으며 잘 놀고, 피곤하면 혼자서 잠도 스르르르 자는 아주 의젓한 아기였죠. 하지만 아기 엄마가 안아주려고 손을 뻗기만 하면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으앙~ 울음을 터뜨리곤 했답니다. 그래서 엄마는 아기를 한번도 안아줄 수가 없었죠.
자기 뱃속으로 낳은 아기를 안아볼 수도 없다니 엄마는 너무나 슬펐습니다. 한번은 아기가 너무 안고 싶어서 억지로 품에 안았는데 아기가 너무 울어서 결국은 침대에 다시 내려놓아야 했어요. 엄마 품에서는 눈이 시뻘개질 때까지 울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악을 쓰던 아기는 침대에 눕자마자 울음을 뚝 그쳤습니다. 아기는 엄마 품에서 벗어나 비로소 행복하다는 듯이 이내 미소를 띄며 쌔근쌔근 잠이 드는 것이었어요. 엄마는 일종의 배신감까지 느꼈습니다.
밤이 되면 아기는 더더욱 엄마를 거부했어요. 엄마가 근처에 오는 것조차 싫어해서 엄마는 아기 방에 가지도 못했었요. 아기에게 귓속말로 잘자라고 속삭이거나 자장가를 불러주는 건 꿈도 꿀 수 없었죠. 엄마는 방문을 빼꼼히 열고 아기가 잠이 든 걸 확인하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잠들어 있는 틈을 타서 아기를 안아보고도 싶었지만 아기가 울까봐 두려워서 다가가지도 못한 거죠.
널찍한 베란다 창문으로 건너편 집 거실이 보이네요. 저 집에도 갓난아기가 있네요. 아기가 엉엉 울며 팔 다리를 바둥바둥 거립니다.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 마치 블랙홀에 빠진 것처럼 불안해하며 엄마를 찾고 있습니다. 주방에 있던 엄마가 황급히 달려와 아기를 안아줍니다. 엄마가 안아주자 아기는 조금씩 안정을 찾고, 울음이 잦아들었습니다. 이내 엄마 품에 고개를 묻습니다. 그리고는 눈을 감고 잠이 드네요. 엄마 가슴에 갖다 댄 아기의 포동포동한 왼손, 따스한 아기의 체온, 방금 먹은 우유 냄새와 베이비 로션 냄새, 은빛 잔털이 포송포송한 얼굴, 긴 속눈썹, 깊고 순한 숨소리, 보드라운 머리카락, 토실토실한 등과 엉덩이가 느껴집니다. 엄마의 품에 포옥 안긴 아기는 모든 두려움을 잊고 평온하게 잠을 자는군요. 좋은 꿈을 꾸는지 눈을 감은 채 쌩긋쌩긋 웃기도 합니다.
아기를 안아본 적 없는 엄마는 그 광경을 보며 이 모든 것을 상상만 해 보았습니다. 아기가 편안히 안겨주기만 한다면 엄마는 하루 종일이라도 아기를 안아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언제쯤 나는 우리 아기를 안을 수 있을까. 아기가 다 커버려서 더이상 안아줄 수 없으면 어떻게 하지?' 엄마는 아기를 안아보지도 못하고 아기가 커 버릴까봐 걱정하며 밤새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답니다.
p.s 아기를 안고 재울 때 자장가도 불러주지만 가끔은 아기에게 주저리 주저리 동화를 만들어 읽어준다. 아기 머리 맡에서 예쁜 잠옷을 입고 동화책을 읽어줄 줄 알았지만 현실은..이유식 밥풀 묻은 티셔츠를 입고 손목이 부러져라 애를 안고 흔들며 자장가를 부르거나 잠꼬대처럼 중얼중얼 옛날 이야기를 해 줘야 한다. 애를 안고 동화책까지 들 수는 없기 때문에 이야기를 외우고 있거나 아니면 만들어내는 수밖에 없다. 오늘은 나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동화를 만들어 보았다.
- 2015년 3월, 9개월 된 첫째를 두 시간동안 안고 흔들어 겨우 재우고 쓴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