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에게 직장에서 하는 만큼이라도 예의있게
많은 워킹맘이 육아와 살림에 서툴러서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고, 어떤 엄마들은 애 보는 것보다 일이 쉽다는 이야기를 종종한다. 집안살림과 육아에 있어 전업맘들에게 뒤쳐지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워킹맘이기 때문에 육아하는 데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나 툴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아이를 신입사원 대하듯 하라. 내가 정해 본 육아법칙이다.
집에서도 일 생각을 할 때가 많은 나는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지 못하고, 듣는 척하는 무의미하고 자동반사적인 대답으로 호응할 때가 많다. 아니 가끔은 대답도, 눈길도 주지 못하고 노트북이나 핸드폰, 혹은 집안일에 정신이 팔려있기 일쑤다.
그렇다면 회사에서 만약에 팀의 신입사원이 나에게 말을 건다면 어떨까? 과연 내가 아이에게 하듯 건성으로 대답하거나 딴짓을 할 수 있을까.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줘야 하는 신입일지라도 회사에서는 절대 함부로 할 수가 없다. 회사에서 보이는 비즈니스 매너와 상냥함은 돈을 받는 직장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그 반만이라도 내 아이에게 보일 수는 없는 것일까.
집에서 내 아이에게 성의없는 대답과 리액션이 불쑥불쑥 튀어나올 때 나는 나에게 되묻는다. '너 회사에서 주니어 직원들한테 절대 이러지 않잖아. 그 직원들에게는 좋은 선배 노릇하려고 귀 기울여 들어주고, 눈 마주치며 대답해 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잖아. 지금 네 눈 앞에 있는 이 아이, 그 직원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고 귀한 네 딸이잖아.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그만큼의 예의는 지켜줘야 하는 거 아냐?'
일과 육아, 자기개발, 살림까지 저글링 하느라 바쁜 워킹맘이지만 이 육아법칙 하나는 그 어떤 엄마들보다 잘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회사에서보다 집에서 더 친절해지기. 그 룰과 원칙을 정한다면 다른 것이 조금 빈틈이 보일 지라도 '예의를 지키는 엄마'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직장에서 배운 애티튜드와 매너, 집에서 내 아이에게도 보여주자. 나도 모르게 아이를 건성으로 대하게 될 때에는 되새겨 생각해 보자, 오늘 내가 직장에서 했던 딱 그만큼이라도 예의있게 아이를 대해 줬는지.
물론 항시 엄마의 사랑이 마구 솟구치면 좋겠지만 우선 예의에서부터 시작해보자는 거다. 나의 경우는 예의에서 시작해서 사랑으로 이어지는 경험들이 많았다. 예의를 지키다보면 비로소 아이에게 집중하게 되고, 나를 닮은 아이의 얼굴과 맑은 눈동자를 그제서야 자세히 보게 되면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다시 피어나고 결국에는 엄마의 사랑이 뿜어져 나온다. 예의란 존중하고 경청하는 것이다. 사랑이 힘들다면 타인에게 하는 만큼의 존중과 경청을 우리 아이에게 보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