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 둘이어서 오히려 합격할 수 있었던 취업 성공기
3년 동안 아이 둘을 연달아 낳으면서 나는 경단녀가 됐었다. 당연히 면접을 보러 갈 때는 애가 둘이라는 걸 최대한 감추려 노력했었다. 비즈니스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한 동물적인 본능이었을 것이다. 막 모유수유를 마치고 오는 길이었음에도 칼정장과 또각구두를 신고 지적이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이려 했다. 아예 미혼처럼 보였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 면접관들이 결혼했냐, 애가 있냐는 질문을 하면 대답을 어떻게 하면 좋을 지 머리를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렸다. 하지만 사실 지금의 회사를 들어오게 된 건 오히려 내가 결혼을 하고 애가 둘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혹시 아이들이나 육아 가정의 제품을 취급하는 회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젊은 층을 타겟으로 하는 스포츠 패션 회사이고,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유명하고 유망한 외국계 회사였다.
처음 회사에 들어오게 된 건 1년 4개월 계약직이었는데 육아휴직으로 자리를 비운 한 여자 차장님의 자리를 대신하는 자리였다. 계약직이지만 거의 정규직 처우를 받는 자리였고, 기간도 경력을 채우기에 좋았기에, 그 자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지원했다. 나는 유일하게 애가 둘이나 딸린 경단녀였는데 내가 뽑힌 것이다. 물론 내가 어필한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 중 하나 특이한 점은 내가 애가 둘이기 때문에 오히려 회사를 안심시켰다는 것이다. 애가 둘인 게 우려사항이 될 수는 있으나 그게 장점이 되기는 어려운 법인데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
사연인 즉슨, 원래 그 육아휴직 자리를 채우는 자리에 이미 다른 사람이 계약직으로 합격이 되어 들어와서 일을 하고 있던 중이었는데 그 분이 일하던 중 한 달만에 임신을 하게 되면서 그 계약기간을 모두 채우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한 달만에 계약직이 임신으로 업무를 그만 두게 되었으니 매우 골치가 아픈 상황. 결국 임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또 자리를 비우게 될 수 있으니 아예 나의 경우, 애 둘을 낳은 사람은 더이상은 임신 위험(?)이 없고 안전한 사람이 된 것이다. 설마 셋을 낳지는 않을테니 임신출산에 있어 '전역'한 사람으로 구분된 것이다.
보통 면접에서 아이가 둘이라는 대답에 다들 놀라거나 난색을 표하기 마련인데, 오히려 이 회사 면접관들은 '애 둘? 좋은데?'라는 식의 눈짓을 보냈다. 이 색다른 반응에 나는 영문을 모르고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이지 하는 생각이었다. 합격을 하고 나서도 '나를 왜 뽑았지?'하는 의문이 들었었는데 암튼 나는 그 때의 인연으로 이제 정규직으로 5년 넘게 이 회사를 다니고 있다.
감추려 했던 내 약점도 어떤 상대에게는 좋은 점이 될 수 있다는 게 그 날의 교훈이랄까. 그리고 그 회사가 그 어떤 회사보다 내가 제일 가고 싶었던 회사였다는 점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 어떤 사람보다 나의 단점을 보듬어 줄 때' 느끼는 그런 감사함이 느껴졌다. 뭔가 운명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결국은 나의 약점도 다 알고 이해해 주는 상대를 만나야 직장생활도 편해질 수 있지 않을까. 만약에 숨기고 속이게 되면 합격하여 입사를 하게 된다고 해도 그 비밀을 계속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직장 생활 내내 힘들어 질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에 누구든 면접을 보게 된다면 '나는 이런 사람이야. 그래도 좋다면 입사할게'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으면 좋겠다.
*일기장에서 발견한 첫출근 전날의 기록이 있어 여기에 옮겨본다.
아이를 낳으러 갈 때에도 이렇게 흥분되고 긴장했던가. 3년 만에 사회로의 복귀가 현실이 되었다. 꿈만 같아서 잠이 오지 않는 새벽. 2013년 9월 마지막으로 강남에 출근하던 그 날도 이렇게 상쾌하고 청명한 공기를 하고 있었겠지.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1차, 2차 면접을 보면서도, "다음주 수요일 출근 가능하신가요?"라는 말을 듣고도 설마설마 했는데...그 동안 그닥 좋아하지도, 굳이 가고 싶지도 않은 회사에서도 퇴짜를 맞았던 애엄마인데...너무나 좋아하는, 제일 일하고 싶은 회사에서 최종 오퍼를 받게 됐다. Impossible is nothing. OOOO코리아 브랜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으로 출근 명 받았습니다. MOMS! BE AMBITIOUS! - 2016.09.24 일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