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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건너는 워킹맘

새로운 차원의 워킹맘 라이프, 새로운 차원으로 고단하다

by 요다멜리 Feb 10. 2025

오후 1시 40분 비행기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오늘은 오전 반차를 냈기 때문에 오후 2시부터는 (재택)근무를 해야 한다. 황급히 짐 찾는 곳을 찾았다. 그런데 동식물 검역 비행편으로 걸려서 짐을 찾고도 입국 신고로 가는 줄이 길다. 보통은 공항 까페에 가서 저녁 6시까지 일을 하고 리무진을 타고 돌아가는데 오늘은 우선 짐 찾는 곳 근처에 있는 의자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을 연다. 이메일과 팀채팅 등을 확인하고 이것저것 답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사람들은 한 차례 다 떠나고 내 짐만 홀로 컨베이어 벨트에서 돌고 있다. 다른 짐들은 다 주인을 찾았는데 내 23kg짜리 캐리어는 자기를 외면한 채 노트북만 바라보고 있는 주인을 몇 번이나 지나치며 하염없이 홀로 돌고 있었다. '나 여기 있다'고 소리치지도 못한 채. 다른 아이들은 다 엄마가 데려가는데 우리 아이들만 저렇게 둘이 손을 잡고 처량하게 다니고 있는 거 아닐까. '엄마', '엄마 보고 싶어', '엄마 돌아와', '엄마 나 데려가' 소리치지도 못한 채. 

사진: Unsplash의Mark Stuckey사진: Unsplash의Mark Stuckey


중국에 파견 나간 남편과 아이들만 남겨두고 한국에서 복직하여 회사 생활을 한 지 이제 3개월이 되어 간다. 한국에 오자마자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 이틀 만에 중국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한국에 아이들이 있고 해외로 출장을 갈 때에는 일주일이 짧다고 느낄 정도로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자유부인 생활을 만끽했었는데 아이들을 타국에 두고 온 엄마는 일분 일초가 죄인처럼 사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이제 한국에는 살 집도 없는 상황이어서 직장에서 가까운 시댁에 하숙생처럼 얹혀 살고 있는데 아이들을 두고 와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게 이만저만 눈치 보이는 일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한국에서 직장생활 하면서 시부모님께서 육아를 거의 전담해 주셨는데 이제 일을 한답시고 아이들을 떼놓고 혼자 시댁에 와서 살다니 얼마나 못 마땅하실까. 


회사에는 중국에 가기 위해 연차를 쓰는데 이것도 비행 스케줄에 따라 들쑥날쑥 하다보니 여간 눈치 보이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을 우선으로 하고, 회사에는 당당하게 주장하고 싶은데 쉬는 날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는 동료들을 생각하면 내가 너무 작아지는 것이다. 게다가 비행기를 예약해야 하니 복직 하는 첫날부터 다음주 휴가를 내고, 바로 비행기를 예약했다. 겨우 아이들 보고 싶은 것을 참으며 5일을 견디고 중국에 가려는데 11월 27일 폭설이 내렸고, 28일 캐리어 두개를 들고 새벽 4시 30분에 시아버님 차를 타고 리무진 정류장에 나가려는데 결항 메시지가 와 있었다. 살면서 비행기 결항은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 마치 아이들과 이산가족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새벽 3시부터 일어나느라 못 잔 잠을 다시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고 눈물만 흘렀다. 바로 다음날 같은 시간으로 비행기를 예약하기는 했지만 속절없이 눈은 계속 내렸고, 이러다가 내일도 결항이 되고, 눈에 갖혀 아이들을 보러 가지 못하는 것 아닌가 걱정되었다. 재택을 하기로 했던 다음날 결국 또 오전 반차를 내게 되고 다음날 다시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 리무진을 타고 공항에 도착했다. 전날 결항인데다가 금요일이어서 공항이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거의 마비 상태가 되었다. 연예인들도 겨우 출국 수속을 마치고 탑승하는 분위기였다. 아이돌들이 경호를 받으며 쾌속라인으로 출국 수속을 하는데 전혀 내가 모르는 아이돌이었다. 암튼 나는 일반인이어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셀프 체크인, 짐 맡기는 데 꼬박 2시간이 걸렸다. 공항에 일찍 도착했다고 걱정했는데 감사하게도 걱정이 날라갔다. 출국장에서도 한 시간을 기다리다가 결국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헤집고 들어가 출발 10분 전 겨우 탑승했다. 


그래도 비행기가 뜨니 얼마나 다행인가. 얘들아, 기다려, 엄마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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