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 옛 남자친구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by 요다멜리

나에게는 잘 나가는 옛 남자친구가 있다. 서로 모르게 조용히 지내면 좋겠지만 그의 소식은 아침마다 매일같이 나를 찾아온다.



우리는 2019년쯤 사귀기 시작했고, 그 땐 그 친구의 미래가 유망해 보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 그 친구는 슬럼프를 겪었고, 우리는 헤어질 수도, 다시 뜨거워질 수도 없는 시간을 몇 년동안 보냈다. 그 어두웠던 시간동안 그 친구의 어두운 미래에 갖혀 나또한 헤어나오지 못했다. 가끔 '그 친구와 그만 헤어지라'고 나를 설득하는 지인들도 있었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나고 그 친구의 사업은 안정되었고 이제 안정적인 수입을 갖게 됐다. 주변의 상황도 좋아지면서 다들 밝은 미래가 펼쳐질거라며 축복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 하며 겪었던 지난 어두운 시간에서 나는 완전히 헤어나오지를 못했던 것 같다. 기회만 되면 그만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그 동안 줄곧 해 왔으니까. 그리고 행복한 날이 계속 될 수록 그에게 배신을 당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커졌다. 지나온 암흑의 시간들이 너무 길고, 고통스러웠기에 지금의 따스한 현실이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고, 그의 당부도 주변의 축복도 믿을 수가 없었다. 결국 아주 작은 불화나 약한 바람에도 어두웠던 그 날들이 떠올랐고, 결국 어느 날 나는 아주 사소한 다툼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와 단칼에 헤어지고 말았다.


나와 헤어지자마자 그는 엄청난 출세가도를 달렸다. 물론 그가 성실하고 괜찮은 사람인 줄은 알았지만 아주 평범하고 그닥 재미없는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는 매일 같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환하게 웃으며 화려한 삶을 살고 있다. 예전의 모습은 떠오르지도 않을 정도로, 이제 내가 다가설 수 없을 정도로 거물급 인사가 되었다. 다시 한 번쯤 연락을 해 볼까. 그의 이름을 검색하고, 새로운 소식을 살펴보고 하루에도 몇 번이나 그의 곁을 서성인다.


그냥 단칼에 자르지 말고 편안한 친구 사이로, 언제든 다시 연락할 수 있는 조금은 여지를 남아두는 이별을 할껄 그랬나. 지금이라도 다시 연락해서 만나자고 할까. 하지만 내가 헤어지자고 했다가 내가 다시 그에게 연락한다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이럴꺼면 내가 왜 헤어졌나 헤어진 이유를 곱씹으며 그의 전화번호를 누르는 손을 매번 거두었다. 오히려 잘 알지도 못하는 다른 남자들을 만나며 그 허전함을 채우려 했다. 더 나을 것도 없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계속 그의 소식을 들여다 보고 있으려니 이게 무슨 짓인가 자괴감에 빠져 하루하루를 보냈다.


결국 나는 너를 끝까지 믿어주지 못했고, 지금 네 곁의 그녀는 너를 끝까지 믿고 너와 함께 하겠지.

나는 지금 너에 대해 부족했던 나의 믿음과 매몰찼던 이별의 대가를 받고 있어.


오늘도 너의 소식을 들었어.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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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보니 주식은 연애보다 훨씬 쉽고 컨트롤 가능한 영역인데 한 푼이라도 손해보지 않으려 했던 나의 그릇된 욕심이 문제였구나 하고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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