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바우 영감님

by 김영빈

누군가

껌을 뱉고 간 자리

누군가는 거기서

잊고 있던 사람을

만나기도 해


#고바우영감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파트를 산책하다 벤치에 잠시 앉았습니다. 거북이 등의 무늬처럼 생긴 바닥을 무심코 바라보다 누군가 뱉어놓고 간 껌자국 하나가 보였습니다.

모든 생명의 시작도, 그림의 시작도 점에서 시작이 됩니다. 저 점 같은 껌자국이 눈으로 인식이 되니 문득 어릴 때 신문의 네컷 만화로 보던 캐릭터 '고바우' 영감님이 떠올랐습니다. 원본 사진만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 느낌을 설명하기엔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감성 차가 너무 다양하기에 여느때처럼 또 펜으로 살짝 거들어보았습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고바우 영감님의 연재가 시작된 게 1950년이더군요. 그게 2000년까지 계속되었다하니 딱 반세기동안을 우리 국민들과 함께 한 셈입니다.

2000년 이후 태생의 젊은이들은 아마 모를 수 밖에 없는 저 친근한 캐릭터가 제 눈에 띈 건 우연일까요?

떨어진 껌딱지와 돌바닥의 선과 면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것이 어쩜 답답한 저곳에서 나 좀 꺼내달라고, 고바우 영감님이 미리 계획하고 오랜 시간 강태공의 심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