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줄

by 김영빈

햇살 좋고
바람 좋은 날에는
달동네 옥상마다
빨랫줄이 만원이다

형형색색 옷들이
그네를 뛰는가 하면
강아지가 물어뜯던
꼬마 인형들
대롱대롱 매달려
식은땀을 흘린다

솜이불이라도 하나
걸리는 날엔
그야말로
나이든 뱃살처럼
추욱 늘어진다

빨래집게에 귀를 잡힌
토끼 인형 옆에서
살살 약올리던 바람

빨랫줄에 목이 걸려
허깨비처럼 나자빠지고

뒤에 있던
하얀 천 기저귀 하나
까르르 웃으며

펄럭거린다


※2009년 7월 초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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