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워서 찬란한 그 무엇
# 빛이 그리워
검정은 그 누구보다 인내심이 깊다.
며칠 전 어둠 속에서 얇게 쌓인 눈이
자신의 안부를 알렸다.
펄펄 나렸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뭐 아무려면 어떠랴.
널 밟아 군데군데 멍을 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멀뚱히 바라만 보았다.
그러곤 읊조렸다.
마침내 응답한 우리의 계절을.
# 같이 외로워
홀로 밤을 노래하다 별을 보았다.
사실, 처음엔 별인 지도 잘 몰랐다.
총총 떠 있지 않아서.
여하튼 간절한 너의 몸부림에
반응하기로 했다.
'가위바위보! 가위바위보!'
그러는 동안 아무도 우릴 말리지 않았고,
넌 여전히 잔뜩 번진 검정 속에서
겨우겨우 웃어 보였다.
# 어느새 하모니
단독으로 조화로울 순 없기에
여기엔 아름다운 강제성이 있다.
봄은 고독할 뻔했으나
여름, 가을, 겨울이 그럴 틈을 주지 않았고,
검정은 수많은 지기들과 밀애를 나누다
흡수와 방출이라는 재능을 얻었다.
어쩌면 나에게도 나만 모르는
잠재적 동지가 곁을 내줄지 모를 일.
고독한 절규는 조화를 부른다.
조화는 사랑스러운 여우다.
# 마침내 찬란
수년을 검게 그을리더니
어느새 찬란해진 너.
너만 부른 게 아니라
함께 불러 하모니가 되고,
비밀이 많은 너의 속내는
너만 모르게 늘 반짝였다.
매일매일이 영광이었다.
느긋하게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으므로.
'어두워지고 어두워지고 어두워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