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기약 없는 온기가 먼저 무단이탈을 감행할 모양이다. 밖은 이리도 추웠구나. 일기 예보를 보니 내일은 날씨가 좀 풀린단다.
언 것들이 녹는다는 건가.
찬 것들이 따듯해진다는 건가.
공과금 고지서 한 장 달랑 들고나갔다 훅 밀려드는 한기에 선뜻 놀란다. 절찬 활동 중인 추위와 부딪쳐 싸우기보다 도망가기 바쁜 오늘 같은 날의 이름은 '무기력'
어제, 나흘은 버틸 셈으로 2인분의 배달 음식을 시켰다. 김치냉장고에서 잔반을 꺼낸다. 치즈돈가스와 부대찌개를 전자렌즈에 넣고 데운다. 갤러리 다큐를 듣다 잠든 후 일어나 먹을 것부터 찾는다. 화장기 역력한, 퉁퉁 부은 얼굴이 깨어난 순간.
외로움 한 마리, 쓸쓸함 두 마리, 허전함 세 마리... 바다로 가 헤엄이라도 쳐볼까. 오늘도 어김없이 되잡힐 고독을 방생한다. 그러고 보면 내 그물은 참 실하다. 하루 한 마리 잡기도 힘든 걸 튼실한 놈으로다 떼로 잡는 걸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