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詩뜸

by 거울아거울아





메마른 정서에 단비 뿌리듯 오늘 비는 꼭 그렇게 내린다. 함초롬히 핀 이름 모를 보라꽃이 날 본다. 물기 머금은 모습이 애잔하지만, 그 자체로 아름답다. 얼핏 난초를 닮았다. 잎은 난, 꽃은 제비꽃. 이름을 모르니 호기심이 훨씬 진하고 가파르다.


무명의 꽃을 보고 또 바라본다. 가랑비의 기척에도 크게 소요騷擾하는 너는 파도에 휩쓸린 기분일까. 잔잔한 폭풍 같을까. 詩는 알겠지. 혼돈이란 인생 바이블, 詩의 백미는 질풍노도. 보랏빛 詩가 내린다.


톡톡, 네가 목 축일 수 있는 만큼만 지붕에 쉬어가는 빗물을 모은다. 난 소리비를 맞고, 넌 온몸으로 흡수한다. 꽃 머리부터 시작된 진보라빛이 점점 엷어지는 너 참 청초하구나. 노란 수술이었던가. 노란 건 다 개나리인가? 넌 이렇게 말하는 듯했지. '뭐라도 좋아요, 오래오래 머물러 주세요.'


널 사진에 담아 왔어야 했다. 마음 깊이 간직해야 했다. 어처구니없게도 널 오래 지켜본 시간에 비해 갈등은 찰나였다. 왜 그랬을까? 무엇이 널 거기에 그냥 두고 오도록 만들었을까? 그렇지, 넌 언제고 아파트 화단에 떡 버티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다 곧 사위어가겠지, 세상 모든 지는 것들에 대한 아름다운 애도라.


뚝뚝 밤이 떨어진다.

날 그리워하는 너의 심장박동,

詩의 몸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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