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초콜릿처럼 아껴두고 꺼내 보는 영화들이 있다.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2019)이 그중 하나다.
극한직업을 볼 때마다 엄청 웃는다. 정말 웃긴 영화다. 원래 웃긴 걸 좋아하는데 무엇보다 이 영화에는 그 웃음 뒤에 자기 직무에 충실한 사람들을 향한 어떤 따뜻한 시선 같은 게 느껴져서 더 좋아한다.
안 죽어. 그 형은.
대사 위로 정말 어딘가 있을 것만 같은 형사 고반장이, 아사리 판에서 몸뚱이 하나로 둔탁한 흉기들을 막아내는 그림이 오버랩된다.
치킨을 하나 튀기더라도 정성을 다하는,
때로는 승진에서 미끄러져서 크게 실망하고 거액의 투자금에 흔들리기도 하지만 뭐가 어찌 됐든 결국은 자신이 해내야 하는 일들을 해내고야 마는,
그 와중에도 월급은 꼬박꼬박 세금으로 떼이면서 투명하게 노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안 죽어. 그 형은.
아무리 세상이 엉망이어도 어딘가에는 이런 사람들이 안 죽고 살아남아 계속 계속 자기 역할을 하고 있을 거라는 그런 안도감이 느껴져서
아마 그래서 나는 이 장면을 꽤 좋아하나 보다.
그래, 형사 클리셰 같은 카키 점퍼를 입은 고반장이 처 맞으면서도 목표물을 향해 나아갈 때, 이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함을 나는 아주 좋아한다.
분명 이것은 성실한 직업인들을 향한 거대한 헌사가 아닌가. 정말 사랑스럽고 건강한 영화다.
안 죽어. 그 형은.
p.s 고백하건대 매번 난 고반장 돌진씬에서 울컥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집에서 혼자 봐야 한다. 종잡을 수 없는 나의 오열 포인트. 힘내 형. 난 아버지 말고 형이라고 부를게.
#극한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