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황장애가 좋아지고 아무런 증상이 없이 지내던 기간에도 지하철, 비행기, 영화관 등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었다. 매번 두려웠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예상하지 못한 어떤 날 밑도 끝도 없이 공포가 밀려올 때는 영원히 지하철을 타지 못하고 영화관을 이용하지 못하게 될 거라는 현실이 너무나도 절망적으로 다가왔다. 아마 다른 환우분들도 비슷할 것이다.
그 당시의 나는 병 자체보다 일상을 잃어가는 것이 두려워 아무런 준비 없이 무지한 채로지하철을 고집하다가 큰 재발을 맞게 되었다.
재발 이후 지하철을 전혀 타지 못하게 되었을 때는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사건은 더 이상 이 병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해야 한다고 마음먹게 된계기가 되었다.
이후 인지교육 관련 도서와 강의를 찾아 듣고 좋은 좋은선생님과상담을 시작하면서 다시지하철직면연습이한창이었을 때떠올랐던 속담이 하나 있다.
바로 언발에 오줌 누기다.
공황이
혹한의 날씨에 발이 너무 시리고 고통스러운 나머지 공황이는 그 위에 따뜻한 오줌을 싼다. 당장이라도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공황이의 발은 곧 누런 얼음으로 뒤덮여 더욱더 시리게 될 거라는 것도 금방 알 수 있다. 내가 증상 시에 흔히 겪는 인지오류의 경험과 똑같다. 이성적으로는 오줌을 싸는 선택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아는데도 점점 더 스스로를 추위로 몰아넣고 통제 불가능 한 상태에 다다르게 하는 것이다.
이성이란 없이 본능만 남아있던 힘든 시간이 흐르고 나면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자괴감과 자책감이든 적이 수없이 많다. 짧은 순간의 편안함을 선택하며 힘든 것을 회피하는 모든 행위는 언발에 오줌누기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힘든 시간은 영원하지 않으며 봄은 반드시 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딱 한번 모든 생각과 행동을 멈추고 내가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했던 시도는 나를 인지오류에서 서서히 벗어나게 해 주었고, 이후 그 경험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면서 나는 스스로통제할 수 없을 것 같던 그 두려움에서 완전히 해방되었다.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지기까지의 그 시간은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임소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연습을 하던 중에도 공포의 상황에 놓일 때마다 느껴지는 두려움을 넘어설 수 없었고 그 대부분의 시간이 왜 나는 좋아지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이었던 것 같다. 회피하고 싶은 무언가를 직면했던 것은 잘한 선택이었지만 그 시절의 나는 내가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인지오류를 매번 반복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회피했던 것은 흔한 임소공포의 대상인 지하철과 영화관이었는데 그것 자체가 인지오류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실제 내 마음이회피하고 싶었던 것은 그 초조함의 순간 빨리 벗어나고 싶게 만드는 두려움과 공포심 그리고 회피 이후 내가 느낄 자괴감자체였음을 깨닫게 되면서 나의 임소공포는 급물살을 타고 좋아지기 시작했다. 만약에 어떠한 상황이나 장소만을 직면의 대상으로 봤다면 나는 그 문제를 풀어내는 공식을 매번 만들어야 했겠지만 공포의 근본적인 원인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이해한 순간 나는 단 한 개의 공식만으로도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공포에서 자유로워지고 나서 처음 했던 일은지나온 과정과 방법들에 대해 나만의 공식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그 작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3 딸아이가 공황으로 응급실을 가게 되었다. 이 책은 나의 기질을 그대로 닮은 그 아이를 위해서나만의 공식이 완성되어갔던 기록이다.
나의 특별한 공식 하나
불안=불쏘시개(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내가 쓴 저 공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누구든 자신의 공식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상태를 목표로 해야 하며 그때가 되었을 때야 말로 그것은 진짜 자기만의 공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