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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불안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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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마리매트릭스 Apr 28. 2024

등장인물 소개

공황이와 불안이






나랑 나

처음 내게 두려움(공포)을 넘어서는 일은 불가능해 보였다.  본능을 거스르는 느낌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평생을 이렇게 사는 것이 당연해질 무렵 도대체 내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내가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지금은 머릿속이라고 분명히 얘기하지만 그때는 반신반의 상태였다.

공황이의 공포의 대상 복싱하는 자라씨

이후 이 병에 대한 것을 알려고 애썼지만 속 시원히 말해주는 이도 그렇다 할 정보도 없던 중 우연히 보던 TV교양프로에서 인지심리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그동안 궁금해하던 것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나는 그제야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겪는 증상들이 필요에 의해 뇌가 주는 느낌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로 인지교육 관련 강의들을 찾아 듣고 뇌과학까지 관심을 가지다가 그것이 확장되면서 명상에 대한 공부까지도 하게 되었다. 관련 콘텐츠를 위주로 읽고 듣고 보고 실천하기를 반복했고 공황 관련 커뮤니티에서 오래도록 힘들어하는 환우들의 글들과 반대로 좋아진 환우들의 글들을 교차로 읽으며 내 상태에 대한 객관화도 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나는 공황발작이나 강한 두려움이 나를 해칠 수 없다는 것을 이론적으로는 이해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안이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았다.

이성마비

같은 상황이 되면 여지없이 나의 이성은 날아가 버리고 본능만이 남아 나를 초조하게 만들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고(실제로 더 나은 방법 같은 건 없었다.) 이미 좋아진 사람들이나 일상을 되찾은 이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나를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



그러던 중 찰나의 순간 두려움의 실체를 알아차렸다고 느꼈던 어느 날 나는 내 안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이성의 가느다란 끈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오래도록 이론으로만 알고 있던 것들이 반복된 나의 실천과 학습으로 인해 켜켜이 쌓여 가능해진 결과였다.  이후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이성의 크기는 점점 더 커져갔다.

이렇듯 뭔가 알게 되었다고 해서 곧바로 내가 불안을 이겨낼 수 있던 것은 아니었다.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깨닫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던 것이다.

공황이의 역습

공황장애에서 벗어나는 것은 증상의 그 순간 내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부터 시작이다.

분명 나는 발작의 그날 응급실에서 생명에 지장이 없음을 알았고, 죽는 병이 아니라는 교수님의 확답까지 들었지만 증상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이후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의 끝이 보이지 않자 도저히 내 몸이 정상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었다. 안다는 것은 단순히 내 귀로 듣거나 눈으로 읽어서 알게 된 지식이 아니었던 것이다.


안다는 것의 공식


1단계 =공황으로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지식)

2단계 =이래서 죽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구나. (이해)

3단계 =그러네. 안 죽네.(깨달음)


3단계가 가능하려면 2단계를 지나와야 하고 2단계가 가능하려면 1단계를 지나와야 했다.


1단계는 이미 응급실에서 알게 되었으므로 나는 2단계를 준비했다. 당시 가장 많이 도움을 받은 것은 기본적인 뇌과학과 인지오류를 바로잡기 위한 강의들과 상담 그리고 명상이었다. 그무렵 나는 일단 누구나 알 수 있을 법한 기본적인 것들부터 찾아 무작정 머리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처음에 기록할 것은 이해를 위한 2단계를 할 때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공식에 관한 것이다.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의사도 아니기 때문에 복잡하고 어려운 것은 모르지만 내가 직접 두려움을 직면하면서 겪고 느끼고 이해하고 깨달은 것이 무엇인지는 안다.

정상적인 머릿속과

공황장애인 내 머릿속을 제대로 알아야 다.

알아야 넘어설 수 있을 테니까

그러네. 안죽네...깨달음(노상방뇨로 5만원 벌금)

이 글은 나중에 딸에게 직접 설명을 해줘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최대한 내가 느낀 그대로 알아보기 쉽게 기록한다.

그리고 나 역시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 내 공식에 디테일들이 더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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