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꽃, 김춘수 시전집, 현대 문학, 2004]
어젯밤 [지운 작가님의 겨울 아이]란 글을 읽고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불현듯 이 시가 떠올랐습니다.
이 시는 묘하게도 3~4년 만에 한 번씩 누군가의 글에서 이렇게 연상이 되거나 눈빛으로 마음이 전해질 때 그리고 손 끝으로 온기가 전해질 때, 갑자기 떠오릅니다.
이 찌릿찌릿함이 잊혀지기 전에 다시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