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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im Jun 09. 2024

호주에서 만난 사람들

3명의 호주인과 1명의 한국인

2주 동안 호주에 머물며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새삼 멋지고 의미 있다.


플리 마켓에서 만난 호주인 두 분이 기억에 남는다.


한 분은 멜번 플리마켓에서 만난 그림과 글을 쓰는 작가이다.

그녀는 자신이 그린 정돈되어 보이지 않는 스케치와 그림을 보여주며 자연에서 얻은 소재들을 자신의 그림에 활용했다고 안내했다. 그림에 있는 재료를 만지면 그 질감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은 진흙과 말린 꽃들이었다. 그런 스케치와 그림들에 스토리를 입혀 책을 완성한다고 한다. 테이블 위로 즐비해 있던 그녀의 출간된 책들은  판매도 하고 구경도 가능한 책들이었다.

이미 출간된 책의 버전에 점점 더 좋은 종이와 색감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고 비교해 주며 자랑스러워하는 그녀가 무척 귀여웠다. 나는 그녀의 설명에 이끌려 기념으로 한 권 구매하고 싶어졌다. 다른 곳을 구경하던 아이를 불러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달라 부탁했다. 그랬더니 이번엔 그녀가 나에게 아이의 이름을 적어달라며 종이를 주었다.  엄청난 속도로 그 책의 캐릭터를 바로 그려주고 아이의 이름을 적어 주었다.

이런 행운이!!!

외국인에게 단골질문인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그녀도 파주에 있는 출판단지에서 2번 초대받아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그녀의 책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반가운 소식이 아닌가!


또 다른 이는 시드니 마켓에서 만난 식물 작가였다.

호주에서 자라는 꽃과 동물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은 나무조각에 작가의 영감을 불어넣어 판매하는 작가였다. 정말 너무너무 귀여웠지만 그 작은 것을 30달러 주고 구매하기는 망설임이 생겼다. 한 바퀴 모두 구경하고 다시 그곳 앞으로 가 그녀의 세계에 폭 빠져있었다. 다시 돌아온 나에게 다가와준 그녀는 작품과 그녀가 평소 찍어 온 꽃과 동물들을 비교해 주며 설명을 해주었다.

남편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을 지었고 그럼에도 나는 그 어여쁨이 너무나 느껴져 내 곁에 두고 싶다고 말하고 말았다.


자연으로부터 얻게 되는 감동과 감정에서 상상을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들로 상상의 것들을 만들어 보고 현실 사람들과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은 큰 기쁨이다. 이런 기쁨들을 경험하고 그녀들의 재능과 수고에 끌려와 그들의 이야기와 작품을 볼 수 있는 시간에 감사했다.  가까이 두어 종종 상업 속에서 균형과 큰 기쁨을 잃어버린 나에게 경계를 선물하고 싶었다. 기꺼이 그 작품들에게 나의 공간을 내주고 싶었다.


운이 좋으면 내 의도와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고객을 만나기도 한다. 나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종종 찾아오는데 그 순간을 느끼고 내 수중에 그것을 살 수 있는 돈이 있음이 그렇게 즐거울 수 없다. 이런 사람들과 스칠 수 있어 감사하다.


해를 끼치지 않음에도 새에 대해 무서움을 갖고 있던 나는 평소 새를 피해 다닌다.

타롱가 동물원에서는 시간에 따라 물개와 새 쇼가 있었는데, 새 쇼의 뒷 배경이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리지가 있으니 그냥 보기만 해도 이게 현실인지 이상인지 구분이 안 되는 상황이다.

새에 대한 설명을 하는 사람은 능숙하게 수화를 곁들이며 아주 천천히 설명을 이어 나간다.

갑자기 어디선가 동화책에서나 나올법한 닭이 하늘을 날아서 등장했다. 여기서부터 나는 새에 대한 그리고 여태껏 먹어왔던 닭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기 시작했다.

설명을 듣고 말을 알아들어다는 듯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는 새 때문인지, 웅장한 음악에 매료되어서인지, 뒷배경 때문이었는지 전혀 감이 안 오지만 가슴이 갑자기 '쿵'하며 머리가 어지럽고 모든 순간이 아름다웠다. 어떻게 이런 감정이 들지?

감동이었다.


시드니 대학교 근처에 가면 시드니에서 유명한 커피집 중 하나인 캄푸스 커피 가게가 있다.

그곳에는 아주 친절한 한국인 바리스타가 있는데, 호주에서 가장 신나게 한국말로 그곳 커피 설명을 들어볼 수 있는 곳이었다. 여기보다 먼저 들렸던 다른 커피집의 커피 맛이 조금 더 인상적이었지만, 맛은 마음을 더 많이 따르게 되는 성향 때문인지 커피콩을 구매한 곳은 캄푸스였다. 그 바리스타분은 아주아주 복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이 감정을 나만 느끼는 건 분명 아닐 테니 말이다. 인생에서 어렴풋 알게 된 것 중 아주 많은 사람들이 한 사람에게 좋은 에너지를 혹은 안 좋은 에너지를 계속 부어준다면 그에겐 그 에너지와 운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과학적 근거를 목격하며 실감하고 있다.


"끼리끼리는 과학적이다."라는 말에 푸하하 웃었지만, '어! 잠깐만....!!!' 하게 되는 건 잠시 주위만 돌아봐도 쉽게 알 수 있는 현실 같다. 세계 곳곳에서 서로를 끌어당기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이렇게 설레었던 일인가!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기에 여행은 즐거운 것이라지만 다른 문화와 매너에서 전혀 다른 나를 만날 수 있는 자극이 더 즐거웠다. 호주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알고만 있었던 것을 실제로 가볍게 주고받았다.


사람이 사람에게 오가며 친절하다는 것. 극심히 내일을 향해 달리기만 하던 내가 조금 말랑해진 나를 데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흐리던 구름을 뚫고 또 오르니 새파란 하늘이다. 내가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면 이 사실을 바로 믿을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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