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또 만나요.
2주 전 아침, 엄마가 위독해서 응급실로 이송 중이란 전화를 받았습니다. 병원에 도착하니 의사는 연명치료 여부를 가족과 상의 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2년 전 엄마의 수술로 엄마지갑에서 발견한 연명치료 거부 카드를 우리 가족 모두 알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일주일 내내 무기력과 참담함을 마주한 순간들이었습니다.
2주 후인 지금.
엄마와 같은 하늘에 살고 있지 않습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고 그간 바쁜 절차들을 핑계 삼아 제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엄마와 이별 후 차분히 엄마를 생각해 봅니다.
이 세상 처음으로 나를 반겨주고, 저 세상 처음으로 나를 반겨줄 사람이 우리 엄마라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합니다. 이미 벌써 타인의 눈에는 혼잣말을 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오히려 무섭거나 기쁠 때 조용히 이야기할 상대가 있다는 점에 위로가 됩니다.
어느 날 폭풍 같은 눈물이 쏟아지겠지만 종종 찾아올 그 감정이 두렵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오늘을 잘 살아야 한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엄마 덕분에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사람이 주는 온기의 놀라운 힘을 느꼈던 2주였습니다. 이 긴 산을 무사히 넘고 나면 그간 제가 알 수 없었던 또 다른 영역의 넉넉함이 만들어져 있을 것 같습니다. 부디 모두 아프지 않고 건강히 지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