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나에게 후한 식사를!
아이와 여행을 하며 '조식은 반드시 호텔에서!'라는 룰을 만들었다.
여행 중 3인 식구의 장을 보고 음식하고 치우는데 하루의 1/3을 쓰게 되기도 하고 아침을 거르게 되면 점심에는 풍경보다 식당의 메뉴판을 더 신경 쓰는 상황이 불편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는 타국의 아침식사는 아침부터 늘 뷔페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시작하는 편이 우리에겐 더 이로웠다.
호텔 조식에선 늘 후무스가 나왔는데, 아무래도 후무스를 판매하는 입장에서 관심이 갈 수밖에!
놀라웠던 건 모든 마트에서 쉽게 구매가 가능하며 대형마트에는 한 섹션이 모두 후무스와 딥종류였다.
와우~ 이럴 수가! 너무 좋아~!!!!!!
직접 만들어 파는 곳에 가보고 싶어서 양해를 구하고 한 끼 식사를 따로 하기로 했다. #후무스, #시드니를 검색하니 여러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오래전 음식공부를 하며 알게 된 '노마드'라는 레스토랑이 이곳에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전체음식으로 후무스를 판다고 한다.
캐주얼 다이닝보다는 뭔가 갖춰 입고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 식당 같았다. 청바지에 면티, 카디건만 갖고 온 나는 드레스코드가 안 맞아 못 가면 어쩌나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우선 남편이 메일로 일인 예약이 가능하냐, 아이 메뉴가 있냐, 내일 예약이 가능하냐, 드레스 코드가 있냐 등등 물었더니 빠르게 회신이 왔다. 키즈메뉴는 없지만 괜찮으니 오란다. 노마드라는 식당을 경험해 보고 싶은 마음에 그들이 정한 코스를 먹고 싶었다. 코스메뉴만 인지하고 정시 입장.
꽤 넓은 공간에 많은 직원들, 많은 테이블이 있었다.
홀로 식사여서 키친 바에 앉을 수 있었다.
”오~예~!! “
힙하고 친근한 서버가 오늘의 내 서버라며 엄청난 텐션으로 나를 맞이해 주었다.
"나 코스 A 할게~ 부탁해~"
"어~ 미안~ 이건 2인 이상이야~"
"정말?.... 진짜?......"
"메뉴 고르는 거 도와줄까?”
'고마워! 그런데 뭐가 먼지 하나도 모르겠어. 나 후무스랑 감자랑 메인하나 먹으려는데, 뭐 더 추천할 거 있음 알려죠~"
"이거 맛있어~ 먹어볼래?"
"응! “
"와인 할래?"
"물론이지~~~ 피노누아로 부탁해~"
무엇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바로 앞에서 분주하게 음식을 만드는 셰프들의 움직임을 보는데 신이 났다.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1인분에서 2~3인분씩 만들며 그때그때 간을 보는 것이 조금 색다른 모습이었지만 조미료가 없다면 그게 맞아 보이긴 했다.
맨 처음 후무스가 나왔다.
완투콩으로 만든 거라는데, 신선한 드레싱에 무친 깍지콩과 함께 먹으니 식감이 꽤 훌륭했다. 세트로 나온 마늘향 가득 담은 플랫브레드가 즐거움을 증가시켰다. 얘네들도 이거 완성했을 때 눈이 동그래졌겠네~
둘이 먹는 후무스양을 홀랑 혼자 다 먹으니 이미 배가 찼다.
두 번째로 나의 서버가 추천해 준 전체식이 나왔다.
아가자기 예쁜 생선 세비체였다.
함께 든 아보카도 크림도 꽃도 맛있었다. 바에 홀로 앉아 후무스를 허겁지겁 먹던 내가 안쓰러웠던지 메인 셰프가 직접 서브해서 더 좋았다.
서버가 빈 와인 잔을 치우며 더 필요하냐 물었다.
"쇼비뇽 블랑 한잔만 더 부탁해요~"
하고 말았다.
메인이 나왔다.
나는 이미 조금 취했고 메인은 맛있었다. 큰일이다.
너무 맛있다.
전체적으로 신맛이 두드러지는 음식들이고 모든 박자가 내 기분을 더 좋게 만들어 주는 레스토랑 특유의 분위기가 음식과 어울렸다.
결국 닭다리 하나와 레몬향을 품은 브라운 버터로 완벽하게 구운 감자 두 개를 먹고 포장을 부탁했다.
그 레스토랑에서 나에게 주어진 2시간을 알차게 쓰고 기분 좋게 돈과 시간을 소비했다.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그 넓은 테이블들에 손님들이 가득하니 더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꽤 넓은 공간임에도 아늑한 느낌이었다.
'좋은 사람들과 또 와야지!'
이곳과 호텔과 마트에서 접한 후무스를 야금야금 먹으며 직설적으로 계속 계속 상상을 한다.
‘나 다움을 담아 네가 좋아하면 참 좋겠ㄷ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