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모음 Sep 04. 2021

아기돼지 김엘리






김엘리. 18년 11월 3일생.

이자벨라장모치와와


누리를 마지막으로 더는 입양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엘리를 보자마자 너무 귀여워 집에 와서도 눈에 아른거렸다.며칠 고민하다 엘리는 어느 순간 우리  막내가 되었다.


처음 데려올  손바닥만  리모컨 크기였다. 주머니에 넣고 다닐  있을 것처럼 엄청 작고 귀여웠다.  달이 지나고 엘리는 폭풍 성장을 하여 지금은 개돼지가 되었다.


새끼 때부터 밥을 주자마자 허겁지겁 10초 만에 다 먹어 치웠다. 1년 정도를 하루 두 번 배식을 하다, 쪼그마한 게 얼마나 배고프면 그렇게 허겁지겁 먹을까 하는 짠한 마음에 맘껏 먹으라고 자율급식으로 바꿨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식탐은 여전하다.

누리가 밥을 먹고 있으면 슬금슬금 걸어가서 엉덩이를 들이밀고 밥그릇을 차지한  먹지도 않고 밥만 헤집어놓는다. 바로 옆에 밥그릇이 하나  있는데도 누리는 뒤에서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다.


밥그릇을 같이 두면 안된다는 것도 알지만, 따로 분리해줘도 누리는 냄새만 맡고는 다시 엘리가 먹고 있는 밥그릇 뒤에서 기다린다.


그러다 엘리가 밥알 하나를 오물오물거리다 바닥에 툭 뱉어놓으면 누리는 잽싸게 가서 한알을 맛있게 주워 먹는다. 누리와 엘리는 오늘도 사이좋게 밥을 나눠먹는다.





엘리는 소리에 유독 민감하다. 자다가도 이상한 소리가 들리면 귀를 쫑긋 세우고 일어나 짖거나 두리번거리다 다시 잔다. 특히 배달이나 택배가 오면 기가 막히게 듣는다. 나는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 엘리가 현관문을 보고 짖으면 배달음식과 택배가 도착해있다.


오랜만에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좀 더 자려다 어제 정리하다만 포스팅을 마저 정리

하려고 무거운 몸을 일으키려는데, 뒤척이는 소리에 엘리도 일어난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엘리는 입이 찢어질 만큼 크게 하품을 하고 기지개를 켠 뒤 슬금슬금 나에게 걸어온다.

하품을 했다는 건 일어났으니 간식을 달라는 신호다!

나는 눈감고 다시 자는 척을 했다.ㅋㅋㅋ

​자는 척을 해도 소용없다.

이젠 귀에다 대고 3초 간격으로 말을 하기 시작한다.


끄으으으응’... ’끄으으으응

나름대로 해석하자면

(일어난 거 다 아니까 간식~~ 줘어잉~)

하는 것 같다ㅋㅋ


마지못해 일어나면 세상 다 가진듯한 표정으로 꼬리를 흔들며 신나게 이리저리 뛴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누리와 엘리는 간절한 눈빛으로 얌전히 앉아서 기다린다. 간식 하나씩 쥐어주면, 또 신나게 집으로 뛰어가 두 손으로 잡고 야무지게 먹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이런 맛에 반려견을 키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