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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대리 Mar 21. 2024

15만 원으로 먹고살아요

1인 가구의 식비 생활

소울대리는 한 달에 식비 얼마나 써?


점심시간, 동료들과 함께 휴게 라운지에서 밥을 함께 먹다가 질문을 받게 되었다. 매일 같이 도시락을 싸 오는 나에게 궁금한 것들이 많았던 모양인지 질문 하나에 모든 동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실제로 내가 데이트 비용과 꾸밈비용 외적으로 나가는 나의 식비는 10만 원 ~ 15만 원 정도의 선이다. 나의 금액을 듣자 모두들 조금 더 과장을 보태서 먹던 숟가락을 떨어뜨렸다.



회사 직원 중에 유일하게 자취를 하는 나의 식비가 고작 15만 원이라는 사실에 모두들 혀를 내둘렀다. 2인 단위의 신혼부부도 200 ~ 300만 원 정도 식비로 쓰고, 4인 가족도 500만 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1인 가구에 15만 원 이라니 나에게 그 비결을 물었다.


나도 처음부터 식비가 15만 원이 나오는 사람은 아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집 샀다!'라는 즐거움과 함께 집에 들어간 비용들을 할부로 갚아나가느라 적금 없이 할부 갚고, 한 번뿐인 인생 한 번 막 써보자! 의 마음으로 돈을 쓰다가 다시금 돈을 모아보자는 심정으로 지금 '절약모드'에 철저히 들어간 것이었다. 물론 내 소비에 썼던 지난날 나의 기준으로 '막 써보자'의 소비 기준은 치킨 한 마리 주문하는 것, 너무 힘든 날에는 기네스 맥주를 먹는 것, 요플레 큰 한 통을 사 먹는 것, 코인노래방에서 5천 원 내고 무한정 목이 나갈 때까지 불러보는 것이 내 소비의 기쁨이자 막소비의 기준이었다.





1. 요리는 필수다


다행히 나는 요리를 좋아하는 편이다. 집밥을 좋아한다.


리에 담을 쌓으면 식비를 절약할 수 없다.


매일 볶음밥과 간장비빔밥만 해 먹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요리가 되어야 식비도 절약할 수 있다. 요리를 위해서 그리고 외식을 줄이기 위해서 나는 에어프라이어와 솥밥을 위한 솥, 멀티쿠커도 미리 사두었는데 정말 자주 애용하기도 하고 혼자서 밥 먹을 다양한 요리를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다. 멀티쿠커와 에어프라이어는 자취생에게 필수다.


2. 점심 도시락


점심 도시락은 꽤 든든하다. 올 해부터 나는 도시락을 준비하며 다니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점심 한 끼의 든든함이 저녁까지 오래가는 편이다. 그래서 하루에 본의 아니게 든든한 점심 한 끼가 첫 끼이자 마지막 끼니가 될 때도 있다. 그리고 재료를 낭비하지 않아서 늘 냉장고 순환에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점심 도시락이다.




3. 냉동과 고기는 인터넷, 야채는 재래시장, 김치는 부모님 찬스


나에게 있어서 김치는 무조건 부모님이다. 진정한 한국인인 아빠 덕분에 부모님은 2인 가구임에도 불구하고 늘 넉넉하게 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비축해 두신다. 물론 사 먹는 김치이긴 해도 아빠의 단골 김치집이 생겨서 김치가 떨어지기 직전에는 늘 아빠에게 콜을 한다.


고기러버, 생선러버인 나에게 고기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육류와 해산물 구매는 무조건 인터넷 '최저가'로 구매하는 편이다. 제철 해산물은 그때그때 유명한 온라인 스토어에서 쿠폰 할인이나 적립할인으로 알차게 구매가 가능하고 신선하기도 하다. 특히, 어린이용으로 소분되어 있는 육류와 해산물은 1인 가구인 나에게도 필요할 때마다 꺼내먹기가 좋다.

고기를 대용량으로 사고서 소분해 두고 냉동실에 보관해 두면 한 달 이상은 거뜬히 먹을 수 있다.


냉동식품은 무조건 인터넷. 할인이나 대용량으로 쟁여두기에 편하다. 대신 채소와 같이 유통기한이 짧은 재료들은 대부분 집 앞 마트의 저녁 시간 떨이를 이용하거나 재래시장을 이용하곤 한다. 콩나물을 키워볼까 싶었지만 나는 선인장도 못 키워내는 사람이라 모든 야채는 사 먹기로 했다.


4. 자잘한 디저트 아끼기


커피 맛을 1도 모르지만 1일 1잔 아메리카노는 챙겨야 하는 사람이 바로 '나' 다. 그래서 10만 원대 카누 바리스타 커피머신을 두고 주말이나 휴식을 취할 때 자주 이용한다. 커피를 굳이 나가서 사 먹을 필요도 없다. 사무실에서는 공유 오피스라 무조건 공짜 커피 머신을 이용하는데 정말 기분이 저기압이거나 너무 힘든 날에는 설문조사와 이벤트 그리고 구독권으로 받는 무료 커피 쿠폰을 이용하거나 1층 공유 오피스 제휴 카페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커피를 마신다. 딱, 한 잔 정도면 나에게는 충분하다. 굳이, 별다방일 필요가 없다.


운 좋게도 나는 행사에 종종 나가는 직무인데 행사장에 늘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디저트, 샌드위치 등이 있다. 빵순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 한 달에 한 번 정도 늘 달달구리한 것들이 생각나는 때가 있는데 그때를 대비해서 행사 종료 후에 남는 디저트, 마카롱, 빵 등은 집으로 가져와 소분해 놓고 냉동실에 두고두고 먹는다. 물론, 유통기한을 고려해서 길어도 2개월 이내 먹는 걸 추천한다. 우리 집 냉동실에는 크루아상부터 머핀쿠키까지 카페 디저트가 한가득이다.


디저트를 좋아한다면 제빵을 배워 집에서 오븐 혹은 쿠커로 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히려 재료 값이 많이 든다고 생각되겠지만 밀가루 하나에 제빵과 부침개 그리고 소스를 꾸덕하게 만드는데 활용할 수 있는 걸 고려하면 한 번 사둘 때 조금 넉넉하게 사두면 좋고 당근마켓으로도 적당량 구매가 가능하다.



굳이 이렇게까지 살아야 해?




굳이 이렇게까지 살 필요는 없다.


술을 좋아하고 맛집 탐방을 좋아하는 나는 작년 내내 돈이 있는 족족 남는 돈들은 모두 나의 즐거움을 위한 '식'에 사용했다. 그래서 후회가 없기도 하다. 모두에게 '이렇게 아끼셔야 해요'를 강요할 생각은 없다. 누군가에게 커피 한 잔의 값은 값으로도 매길 수 없는 가치가 있고 모두의 상황과 연봉 그리고 저축에 대한 기준이 다 다르다. 나는 이 과정이 전혀 힘들고 고되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 오히려 즐겁다. 매일 도시락을 준비하는 일도 굳이 아끼려고 하지 않아도 굳이 소비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일도 장을 비교하며 보는 일도 좋다. 그렇다고 내 즐거움과 재미까지 지우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것에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

절약에도 소비에도. 만약, 그 기준이 없다면 절약해도 행복할 수 있고 소비해도 불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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