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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울대리 Feb 04. 2024

왕복 4시간 출퇴근의 여정

인천에서 강남 출퇴근러 

며칠 전 다녀온 면접에 '합격' 소식을 받고서 많은 고민을 했다. 


쉬고 싶으면서도 일하고 싶은 이 아이러니한 마음을 나 조차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딱 1주일의 여유를 놓고 출근일자를 협의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출근은 아주 오랜만에 나를 잠 못 들게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주장했던 권리를 좋게 봐주신 대표님은 나에게 연봉유지가 아닌 연봉상승으로 입사처우를 조정하였다.


더 이상 내가 '거절' 할 이유가 없었다. 


면접 히스토리가 궁금하시다면, 지난 이야기를 참고해 주세요. 
나의 권리는 내가 챙기겠습니다 (brunch.co.kr)



굳이 걸리는 문제. 그 하나의 문제라면, 

바로 출퇴근 거리와 시간이었다. 




나는 인천에 살고, 회사는 강남 한복판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인천 신도시에서 서울 코엑스로 출근을 해야 한다. 사무실은 왜 그리 애매한지 역에서도 도보 10분을 가야지만 나오는 골목길 빌라 건물에 위치해 있다. 첫 출근을 앞두고 나는 설레는 마음에 잠을 설친 것이 아니라 인천에서 강남을 가는 그 과정이 너무나도 압박이 되어 한숨도 제대로 못 이루었다. 



겨울의 새벽 5시 40분, 일어나 차가운 바닥에 발을 딛고 화장실로 향했다. 



집에서도 느껴지는 냉기에 샤워 대신 간단히 머리만 감고 하루 전날에 준비해 둔 출근룩을 입고 집에서 나왔다. 왠지 서럽도록 캄캄한 새벽하늘은 더욱 나를 움츠라들게 한다. 그 새벽에도 지하철은 만석이다. 그동안 나는 이 시간에 자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자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아침을 열고 있었다는 게 항상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서울로 넘어와서야 철길에서 마주한 아침 해는 참으로 황홀하게 예뻤다. 


당산 철교를 건너며 마주한 아침 



한 주 왕복 4시간의 출퇴근러가 되고 보니 자연스럽게 '알뜰' 해 진다. 


식사, 시간 그리고 나에 대해서 검소해진다. 매일 알게 모르게 마셨던 커피 대신에 할인 쿠폰 혹은 탕비실 커피 그리고 식사는 앞으로 도시락을 챙기기로 했다. 강남의 물가는 서울 어디의 물가보다 더욱 높게 느껴지고, 점심시간의 웨이팅은 너무 고되다. 자연스럽게 연봉은 올랐지만, 오른 연봉만큼 나는 짠순이 모드에 돌입했다. 예전에는 너무나 일이 고되고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퇴근길에 소주병을 찾았는데, 지금은 빠르게 칼퇴근하기 바쁘다. 그리고 집에 와서 온전히 나를 돌보기도 전에 집을 청소하고 내일을 준비하다 보면 어느새 끝. 


술 마실 시간이 없다. 도파민 중독자처럼 매일 짧은 영상들로 소모된 아침 시간이 어쩐지 아까워져서 그동안 봐두지 않던 부동산, 자기 계발 영상을 라디오처럼 듣고 자리가 나면 책을 읽다가 잠을 청한다. 벌써 읽어야 할 책들로 한 주의 To - Do List를 채웠다. 


출퇴근길에 간혹 사람이 싫어진다. 저 단전 아래부터 '이렇게까지 욱여넣어서 타셔야겠어요!?'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만 소용이 없다는 일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고, 상대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새삼스럽게 씁쓸해진다. 물론, 나도 가끔 '잠시만 참으면 되니까!' 하는 마음으로 사람들 사이에 내 몸을 욱여넣고는 늘 후회를 한다. 


나의 책상 그리고 웰컴키트? 


어느덧, 출근 3주 차를 맞이해 간다. 


아직 일도 사람도 적응해 가는 중이다. 그리고 휴식기동 안 나 스스로 벌려놓은 나의 프로젝트들까지 챙기다 보니 아직 나의 모든 라이프 스타일의 패턴을 적절하게 맞추지는 못했다. 그래서 브런치 연재글도 하루, 이틀 밀려놓기도 했다. 독자들에게 너무나도 죄송스러웠지만 첫 적응의 주간이라 생각하며 너른 양해를 구하고 싶었다. 


이제는 조금씩 잡힌 나의 루틴을 직장인, 작가, 블로거, 유튜버 각각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 보려고 한다. 



이번 새로운 강남 출퇴근러의 삶에도 잘 적응해 보겠습니다. 

모든 직장인들,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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