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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Jun 04. 2021

집, 아파트, 사고 살다

그래도 벼락거지는 면했습니다만


인생에서 처음 사 본 집을 지난 해에 매도 했다. 같은 해 다른 집을 샀다. 상승장은 꾸준히 이어지는 중이고 몫돈을 갖고 있으니 시세차익을 얻어볼까 해서다. 어디를 가도 부동산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나라는 각종 규제로 온 동네 집 값을 부지런히 올려준다. 지금까지 값이 오르는 것만 봤지, 떨어지는 것은 보지 못한 30대는 어떻게 해도 조급하다. 상승이 있었다면 하락과 침체기도 반드시 있다고, 전문가들은 무리한 영끌은 하지 말 것을 권한다. 


처음 산 집을 팔고 이사를 가야지 하던 때 동네 근처에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가격하락은 샀던 금액보다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버티면 다시 회복하겠지 싶어 어렵게 전세를 놓고 근처 30평대로 이사를 했다. 입주가 마무리되고 상승 초입에 집을 내놨다. 그렇게 인기 없던 우리 집은 어느 날 부터 오를 것을 예감한 여러 매수인의 문의가 끊이지 않기 시작했다. 


집주인들이 집을 팔려고 내놨으면서 자꾸 가격을 올리는 언행불일치 심리가 이해되는 순간이다. 팔릴 것 같고, 매수세가 붙기 시작하면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가격을 올리고 싶은 마음이 스윽하고 올라온다. 옳다 그르다 할 것도 없이 자본주의가 이어져왔고, 지금까지 다져진 속성이라는 의미다. 그래도 팔기로 했으면 팔아야지 마음을 다진다. 어느 날 집도 보지 않았다는 어느 매수인의 돈이 계좌로 입금 됐다. 드디어 집이 나가나 싶었다. 그런데 며칠 뒤 계약을 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부동산 중개인에게들려왔다. 아내는 집을 사고 싶으나 남편은 뜻이 달랐다는데, 계약금은 돌려줬다. 


나에게 피같은 돈은 남에게도 피같은 돈이다. 몇 백 정도라 억만금이 오가는 부동산 시장에서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돈이다. 액수를 떠나 그 돈으로 상심하고 고민하게 될 마음, 한 집안의 가장과 아내 사이에 생길 불협화음이 더 신경 쓰였다. 사실, 매도인 입장에서 계약금을 돌려줄 의무가 전혀 없음에도 그렇게 했다. 결국돈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싸움이 일어나는지 생각하면서 주변에서는 굳이 그러냐 했지만 마음이 편했다. 매수인이 될 뻔한 같은 동네 주민분은 중개인을 통해 감사인사를 전했다. 집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매도 되었다. 이후 일 년이 지났다. 



그리고 이제 두 번째 집을 팔아야 한다. 어쩌다 일시적 2주택을 활용하던 우리는 어쩌다 전세를 살고 있는 상황을 십분 활용하여 한번 더 2주택자가 되기로 했다. 이번에는 저번이랑 달리 일정이 많이 빠듯했다. 부동산에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조정지역에서 조정지역으로 이사 이런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다른 집을 사고 1년 안에 집을 팔아야 한다. 


집을 팔기 전에 손 볼 곳들을 체크하고 청소를 한다. 아주 오랜만에 도배도 한다. 도배사 부부는, 집이 관리가 잘 된 집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도배를 마치고 꼼꼼히 다시 살핀다. 장판 상태는 사실 지금 살고 있는 전세집에 비하면 훌륭하다. 오래된 수리상태라도 베란다, 창문, 수납가구 곳곳에 이전 살던 주인이 집을 아끼며 지내온 느낌이 남아 있다. 어디에 수납을 하고, 공간 활용은 어떻게 하며 지내야지라고 생각하며 집 안에서 삶을 꾸려온 흔적이 정겹다. 



바닥을 닦고, 싱크대를 닦고, 화장실을 청소한다. 여러가지 생각에 잠긴다.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 그간 지난 세입자가 사는 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틈새 물떼와 곰팡이들을 솔로 쓸어낸다. 


평소 우울감에 시달려 단순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화장실 청소를 추천하고 싶다. 

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김영사 


단순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이 어쩌면 청소에 있다는데, 단순하게 행복해 질 수 있는 청소를 하면서도 집이 잘 팔릴지 얼마에 팔게 될지 같은 결국은 '돈'에 대한 생각이 의식의 흐름 속에 가끔 고개를 내민다. 




결혼을 20대에 했고, 가점제 현실은 그 때나 지금이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결혼 이후 오랜 시간 유주택이어서 청약은 꿈도 못 꾸는 어딘가 애매하게 불공평함을 느끼는 30대. 그럼에도 무주택으로 살고 있던 사람들 중 일부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반대로 신축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낡아가는 집 끌어안고 살아가는 구축 컬렉터일 뿐.   




앞으로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어쩔 수 없이 혹은 필요에 의해서 아파트에 살테다. 아파트 세 글자로 이토록 많은 생각이 오가고, 감정이 오가게 될 거라는 사실을 몰랐다. 모름지기 건축을 배운 사람이라면 주택에도 살아봐야지 혹은 내 집을 지어봐야지 했던 일말의 낭만이 머릿속 어딘가에 작게 있긴 했을 뿐. 





맨 몸으로 태어나서 삶을 마치는 순간에는 하나도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 인생. 그럼에도 다른 사람이 가진 것과 비교하며 열을 올린다. 


벼락거지는 면했다. 그냥 무언가는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것들과 이렇게 끊임없이 비교해야 하는 상황이 웃프기도 하면서, 어딘가 씁쓸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사고 살고를 반복하며 적당한 때에 팔고 물질을 쌓는 다. 


사고 팔고, 살아가는 이런 과정이 삶을 살면서 크게 불편하지 않았으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안정'을 기반으로 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가끔은 탐욕이 되고 시기심이 되기도 하는 경계해야 할 감정들을 하나씩 꺼내 다시 다듬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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